국회. 사진=뉴시스
상법 개정안을 두고 논쟁이 치열합니다.
재계는 남소로 인해 경영활동의 어려움이 심해질 것이라며 현정부엔 부정적인 경제위기론까지 내세웁니다.
상법에 있는 이사의무에 기존 회사이익 외 주주이익도 넣자는 게 개정안 골자입니다.
이걸 관철하겠다고 민주당에선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게 뭐하는 건지 싶습니다.
왜 이런 쇼 같은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 그래봤자 결과물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민주당이 불태우는 것은 명분 탓이란 생각도 듭니다.
금투세를 폐지했으니 당에 대한 지지율을 방어하기 위해 액션이 필요할 테죠. 재계가 극렬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헐리웃액션처럼 여겨집니다.
반대가 커야 얻게 되는 반대급부도 크니까요.
이사는 회사이익을 위해 배임적 의사결정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회사는 주주가치와 상통하며 주주이익도 기존에 이미 보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사회 결정으로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생기면 지금도 배임죄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법부가 상법 취지를 매우 제한적으로 다뤘습니다.
그 판결의 유죄 인정 범위가 좁다보니, 그래서 주주이익이 손상되는 사례가 많다보니, 이번에 조항 문구를 늘리자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래봤자 재판부가 조항을 좁게 보면 바뀌는 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가 어떤 의사결정으로 배임적인 결과에 이르렀다고 해도 개정된 조항엔 회사이익과 주주이익 두 가지 의무가 고려됩니다.
주주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해도 이사진이 회사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그게 나중에는 주주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과연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재상장했을 때 주가가 하락해 단기적으로 주주는 손해를 봤지만 회사측은 장기적으로 모회사, 자회사 모두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었습니다.
결과가 어찌됐든 이사진이 안건을 처리한 과정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상당성이 있다면, 상법 조항을 늘렸다고 해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사진이 충실히 사정을 판단해 의사결정했다고 하면 얼마든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 변호를 잘하는 게 회사 법무팀이고 로펌입니다.
상대적으로 주주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소송을 제기할 단결력이 떨어질 뿐더러 법정에서 배임사유를 입증할 제도적 기반도 약합니다.
그러니 별로 실효가 없는 상법 개정을 두고 다투니 허무해 보입니다.
되면 민주당이 큰 일한 것처럼, 재계는 큰 일 날 것처럼 쇼하는 게 아무 의미 없다는 얘깁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