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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에 따른 국가별 탄소 중립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와 같은 고탄소 배출 산업은 직접적인 탄소배출 규제 대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탈탄소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나 전략·기술적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2015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이 채택된 이후, 자동차 업계는 지난 수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왔다.
탄소 배출 감축과 친환경 소재 적용, 재생 에너지 활용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며 글로벌 ESG 기조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경영 우선순위에서 ESG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 경영 '회의적 시각' 확대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는 기업의 ESG 경영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을 확대시키고 있다.
기업이 ESG 경영에 집중할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성이 떨어지며 엄격한 관련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ESG 기조가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업, 정부 지도자가 바뀌거나 경기 상황에 따라서 ESG 기조가 왔다 갔다 하니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ESG 목표와 현실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등 ESG 전략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ESG 목표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사업 지원 정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 자동차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국내 ESG 경영 한계 '뚜렷'
국내 ESG 경영의 한계도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유럽 등과 달리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ESG와 관련된 정보 공개 로드맵이 마련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ESG 투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ESG 생태계는 ESG 정보가 핵심"이라면서 "하루 빨리 우리 기업들의 ESG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전환기를 맞은 지금 시장에서 신뢰성과 경제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ESG 관련해 실제로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ESG 관련 한 전문기관은 <IB토마토>의 국내 자동차 기업별 ESG 실천내용과 성과 등에 대한 자료 요청에 대해 "고객(기업)들에 대한 고도화된 자료와 데이터 등은 많지만 내부 정책 상 외부에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 ESG 평가 기관의 역할 문제로도 이어진다.
일부 평가 기관은 컨설팅과 기업 평가를 동시에 수행하며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평가 기준이 불명확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ESG 정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기업과 투자자 간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ESG 평가 기준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ESG 정보가 단순히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신뢰성 높은 ESG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ESG 평가 기준을 통일 할 수는 없지만, 명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ESG 정보를 산출하는 방식과 공시 기준을 통일, 제도화해 정확하고 비교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기관이 기업 컨설팅과 평가를 함께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생이 학생에게 시험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평가하는 것과 같다"면서 "여기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ESG 기조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우리 자동차 업계가 ESG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우선, 단기적 이익 추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SG 경영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이며 친환경 기술 개발과 공급망의 ESG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대내외적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ESG 정책 흐름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연구개발 및 신차 출시 등을 통해 ESG 경쟁력을 지속해서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newstomato.com | 권영지 기자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별 탄소 중립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와 같은 고탄소 배출 산업은 직접적인 탄소배출 규제 대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탈탄소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나 전략·기술적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2015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이 채택된 이후, 자동차 업계는 지난 수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왔다.
탄소 배출 감축과 친환경 소재 적용, 재생 에너지 활용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며 글로벌 ESG 기조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경영 우선순위에서 ESG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 경영 '회의적 시각' 확대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는 기업의 ESG 경영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을 확대시키고 있다.
기업이 ESG 경영에 집중할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성이 떨어지며 엄격한 관련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ESG 기조가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업, 정부 지도자가 바뀌거나 경기 상황에 따라서 ESG 기조가 왔다 갔다 하니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ESG 목표와 현실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등 ESG 전략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ESG 목표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사업 지원 정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 자동차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국내 ESG 경영 한계 '뚜렷'
국내 ESG 경영의 한계도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유럽 등과 달리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ESG와 관련된 정보 공개 로드맵이 마련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ESG 투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ESG 생태계는 ESG 정보가 핵심"이라면서 "하루 빨리 우리 기업들의 ESG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전환기를 맞은 지금 시장에서 신뢰성과 경제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ESG 관련해 실제로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ESG 관련 한 전문기관은 <IB토마토>의 국내 자동차 기업별 ESG 실천내용과 성과 등에 대한 자료 요청에 대해 "고객(기업)들에 대한 고도화된 자료와 데이터 등은 많지만 내부 정책 상 외부에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 ESG 평가 기관의 역할 문제로도 이어진다.
일부 평가 기관은 컨설팅과 기업 평가를 동시에 수행하며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평가 기준이 불명확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ESG 정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기업과 투자자 간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ESG 평가 기준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ESG 정보가 단순히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신뢰성 높은 ESG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ESG 평가 기준을 통일 할 수는 없지만, 명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ESG 정보를 산출하는 방식과 공시 기준을 통일, 제도화해 정확하고 비교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기관이 기업 컨설팅과 평가를 함께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생이 학생에게 시험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평가하는 것과 같다"면서 "여기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ESG 기조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우리 자동차 업계가 ESG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우선, 단기적 이익 추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SG 경영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이며 친환경 기술 개발과 공급망의 ESG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대내외적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ESG 정책 흐름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연구개발 및 신차 출시 등을 통해 ESG 경쟁력을 지속해서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