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이효진 기자) "베트남에 신용카드 붐은 온다.
"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지난 14일 하노이에서 대표적 마천루로 꼽히는 롯데센터에서 공성식 롯데카드 베트남 법인(롯데파이낸스)장과 만났습니다.
롯데센터 12층 전체를 쓰고 있는 롯데카드 법인 본점에는 베트남 현지 직원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공 법인장은 "2018년 베트남 진출한 이후 적자를 이어왔지만, 지난 6월 기준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고, 연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반색했습니다.
공 법인장 취임 2년 만의 성과입니다.
자체 신용평가 모델 구축
베트남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5%가 채 안 됩니다.
그래서 '기회의 땅'으로 불립니다.
다만 신용정보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아 카드를 비롯한 여신금융 사업 확장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닙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분야별로 나뉜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이들을 묶어 '파이낸스'로 부릅니다.
베트남에는 크게 13개 파이낸스사가 있는데요. 기업금융에 초점이 맞춰진 은행과 달리 개인금융에 초점을 맞춰 영업합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지난 14일 롯데카드 베트남 법인인 롯데파이낸스에서 공성식 법인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 법인장은 "기존의 파이낸스사들은 소득 규모, 직업 등 특정 조건이 해당하는지 여부 만을 갖고 금리를 책정해 왔다"며 "베트남중앙은행 소속 공적신용정보기관(CIC)이 있긴 하지만, 신용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파이낸스가 자체 신용평가 모델 'RBP(Risk Based Pricing) 체계'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소득, 주소 등 회원의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근무 기간, 대출 정보 등 10개 이상의 지표를 사용해 고객의 신용도를 지수화하고 체계화시킨 것입니다.
공 법인장은 "이를 통해 고금리 시장 속 획일화된 금리 부여가 아닌 우량 고객에게는 낮은 금리를 제공해, 건전성은 유지하고 상품 경쟁력은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적중
베트남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 정보기술(IT)기기 보급 확대 등으로 향후 베트남 카드 소비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공 법인장은 "롯데파이낸스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우량자산을 늘리고 이를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득 대비 소비 욕구가 큰 베트남 젊은 층을 겨냥한 영업 전략도 눈에 띕니다.
최신 휴대전화나 오토바이 등 소액 여신에 대한 젊은 층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롯데파이낸스는 현지 이커머스 기업과 제휴를 맺고 BNPL(Buy Now Pay Late,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롯데파이낸스는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신용정보를 체계화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 12층에 위치한 롯데파이낸스 내 현지인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BNPL은 신용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는 후불 결제 수단의 하나로, 신속한 심사를 통해 물리적인 카드 없이도 고객에게 신용한도를 부여해 재화나 용역을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입니다.
롯데파이낸스는 초기 1년은 무이자로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내년부터 수익모델로 전환해 이자를 매기거나 수수료를 받을 방침입니다.
공 법인장은 "초기엔 수익이 없었지만, 고객들이 마케팅 동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에 신용카드 발급,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등 교차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 대졸자 사회초년생은 한화로 약 50만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생활한다.
생활 필수재인 오토바이 등을 사기엔 턱없는 금액으로 대부분 할부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사진은 하노이 시내를 누비는 오토바이 모습.(사진=뉴스토마토)
대출 중심 영업 한계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대출자산이 쏠린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공 법인장에 따르면 롯데파이낸스 자산 비중은 신용대출 60%, 할부대출 30%, 신용카드 10% 순입니다.
롯데파이낸스는 신용대출, 할부대출이 신용카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제로 아직은 저소득층이지만 소비에 관심 있고 향후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젊은 층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중인데요. 최근엔 현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롯데계열사 롯데몰과 제휴한 카드를 만들어 5%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공 법인장은 "BNPL, 대출 등으로 롯데카드를 접한 젊은 층이 계속 소득이 늘어나면서 향후 신용카드 고객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9)편에서 계속>
롯데파이낸스는 롯데몰과 제휴 카드를 만드는 등 젊은 층을 공략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서북부 서호 근처에 위치한 롯데몰 모습.(사진=뉴스토마토)
하노이=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