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금융주의 1년 농사가 망해버렸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우리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하던 금융권에 먹구름이 꼈습니다.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가치를 끌어올린 공든 탑이 모습을 들어내기도 전에 무너져버린 겁니다.
올해 들어 밸류업 기대감으로 금융주는 최대 70%까지 오르는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구체적인 목표와 명확한 달성 방법, 경영진의 진정성까지 더해진 결과물이었습니다.
금융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가 되지 않는 등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돼 왔습니다.
밸류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과 4거래일 만에 금융주는 올해 상승분 중 3분의 1가량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4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금융주는 1조원이 넘었습니다.
금융지주들의 밸류업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금융지주 핵심인 은행권에서는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자산 건전성 악화 등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문제로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플 겁니다.
주주환원 정책에는 변함이 없음에도 이외에 주가 부양 수단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밸류업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1년 농사가 폭우로 망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들어선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렵고 대응도 할 수 없기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이제 금융권은 새로운 숙제를 갖게 됐습니다.
금융사들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불안함 속에 금융 밸류업이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증명을 해나가야 합니다.
단 6시간 만에 종료된 비상계엄이지만 그 여파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씨를 뿌려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렸던 농사의 마음을 이젠 금융권 모두가 알게 된 지금입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