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로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현실화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가까운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법인세 감면 등 부자감세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지난해 실적 악화로 기업들이 법인세를 내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세수 결손 탓에 나라살림 적자 폭도 커졌습니다.
코로나19 당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사상 최대 적자입니다.
정부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에 나섰습니다.
나랏빚이 늘어나는 국채 발행 대신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 기금에서 끌어와 세수 부족분을 메꾼다는 방침입니다.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 비상금까지 끌어다 쓰는 일이 반복되자,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관리재정수지 91.5조 적자…'역대 세 번째'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8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56조4000억원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결손입니다.
주요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세수가 예상보다 14조5000억원 줄어들고 종합소득세도 8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또 양도소득세에서도 약 5조8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습니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고물가 영향으로 예상보다 세수가 약 2조원 더 걷히는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세수 결손은 나라살림 적자 폭을 키웠습니다.
기재부가 이달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11월호'를 보면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1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20조9000억원 확대된 수치로, 2020년(108조4000억원 적자)과 2022년(91조8000억원 적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문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연말까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본예산 목표치에 근접했으며, 연말까지 적자 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세수 결손이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나랏빚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재부는 올해 세수 추계에 큰 오차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경기 둔화 여파가 예상을 상회했다"고 밝혔습니다.
세입 예산을 짤 때 예상한 경기보다 기업의 실적이 부진했고 내수도 나빠지면서 세수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고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행한 유류세 인하 조처 연장과 할당관세 확대 등도 세수 오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수 낙관하던 정부…감세, 세입 기반 약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힌 것은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과 함께 감세 기조의 영향이 큽니다.
정부는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낼 만큼 심각한 경기 상황에서도 '내수 회복 조짐' 등의 진단을 내놓으면서 낙관론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은 세수 과다 추계로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잇따른 '감세 카드'는 세입 기반을 더욱 약화시켰습니다.
기재부는 '한시적'이라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예상보다 4조1000억원 부족한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재부는 금투세가 폐지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장세를 낙관하다 보니 세수에 자꾸 오류가 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만 감세 정책을 펼쳐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인세 감면 정책에 대한 재고와 더불어 실적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나랏빚이 늘어나는 추가 국채 발행 없이 가용 재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외국환평형기금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쌓아둔 기금·특별회계에서 최대 16조원을 끌어다 쓰기로 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 장관으로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코로나19 이후 4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수 재추계 등에 대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