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충돌할 조짐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세를 또 한 번 2년 연장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과세기준을 상향해 예정대로 시행하자고 맞서고 있는데요. 기본법조차 갖춰지지 않은 가상자산의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는 동의한 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는 강행하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의 20%, 지방세 2%가 추가돼 22%가 과세됩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으로 1000만원의 이익을 보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서 지방세 포함 22%에 해당하는 165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죠.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0년 도입됐으나, 2021년 1월 시행에 앞서 2년씩 두 차례 유예돼 내년 시행으로 미뤄진 상탭니다.
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027년까지 2년 추가 유예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데요.
민주 '과세 속도전'에…한동훈 '브레이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은 이미 현실이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세법체계로는 (가격) 변동성이 커서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어떻게 반영해 세금을 내게 할 것인가"라고 과세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는데요. 이어 그는 "과세를 하려면 공평하게 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음도 지적했습니다.
한 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가상자산 투자를 많이 하는 청년들의 부담 경감과 자산형성 지원 △가상자산 특수성상 현재 법제와 준비 상황으로는 형평성 있는 과세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과세 유예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가상자산 과세)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과세기준을 종전의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해 소위 '큰 손'들에게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총선 공약이었다"면서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바대로 추진하는 것이지, 당론으로 확정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가상자산 공제한도 5000만원 상향 △통합형 시장 감시 시스템 설치 등을 통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금지 △가상자산 시장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재정비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제도권 편입 추진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공약을 제시했는데, 이를 이행하는 일환이란 설명입니다.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는 정부안과 정태호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논의 중입니다.
진 의장은 "(법안을) 하나만 내면 되지 똑같은 것이 여러 개 나올 필요도 없다"며 정 의원의 법안이 민주당 입장의 기본 토대가 될 것임도 시사했습니다.
"금투세 폐지와 형평성 안 맞아"
문제는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적 울타리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유일한 가상자산 법안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지난 7월에서야 시행됐습니다.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행위 방지 등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주된 내용입니다.
가상자산을 산업적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가상자산기본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하려고 해도 현재는 세목으로 유형화돼 있지도 않고 업종이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지도 않습니다.
투자자 자진신고 납부 및 지원 시스템 등의 입법도 뒷받침이 돼야 합니다.
더욱이 가상자산 과세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민주당이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는 동의를 해 조세 원칙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애당초 내년부터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를 함께 시행하기로 했었는데, 금투세에서만 물러나는 것이 맞냐는 건데요.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의 경우 주식과 가상자산을 모두 자본이득세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도 결국 보면 주식투자와 크게 다를 바는 없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며 "무리하게 과세에 나서면 편법이 성행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면 안 맞는 것도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법이 정해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