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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천차만별 이중가격제…소비자 혼란·부담 키운다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가격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가격에 차등을 두는 업체들이 더욱 증가할 우려가 있는 까닭인데요. 이미 해외에서 널리 운용되고 있는 데다 배달로 인한 편익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차등화해 식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제도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업체별 이중가격제 적용 기준이 천차만별인데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흐름 속에서 배달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업계 간 이권 다툼에 애꿎은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된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 초 치킨 브랜드를 중심으로 배달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매기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 14일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마련한 상생안이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생안은 매출 규모에 따라 기존 9.8%였던 배달 중개 수수료를 2~7.8%로 차등화하고 배달비를 최대 500원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는 점주 부담을 경감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상생안이 시행되면 상위 35% 점주들은 2만5000원 미만 주문이 들어올 경우 수백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요율이 1%포인트 올라가고, 고정액인 배달비는 무려 500원이 올라가는 상황이 된다"며 "35~50% 구간은 요율이 같지만 배달비가 200원 인상된다.

여기에 50~80% 구간조차도 전혀 차이가 없다.

배달 매출이 극히 적은 하위 20%에만 요율을 낮춰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상생안의 경우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하고 거꾸로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 합의로 볼 수 있다"며 "이중가격제 도입은 막다른 코너에 몰린 점주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중가격제는 배달로 인한 편의 증진을 가격분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나름 합리적인 제도라는 의견도 제기되는데요. 실제로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맥도날드를 비롯한 상당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해 운용할 만큼 보편화돼있기도 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에게 편익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가격을 차등화한 제도"라며 "쉽게 이야기해, 편한 만큼 더 돈을 내야 한다는 개념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꿎은 소비자들 부담만 가중…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문제는 이중가격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 수수료 부담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배달 비용을 올리면, 어차피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을 통한 식품 가격이 비싸긴 매한가지인 까닭입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료 조정을 빌미 삼아 이중가격제 도입을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옵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배달앱들은 수익을 포기하는 상황인데, 이를 빌미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공식화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상생안이 시행된다면 가령 2만원 정도의 치킨을 주문받을 경우 수백원 수준의 부담이 발생하는데, 이를 이유로 1000~2000원 가격이 인상된다면 이를 곱게 바라볼 소비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업체별 이중가격제 기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햄버거업계만 살펴봐도 맥도날드 '빅맥' 세트의 경우 배달 메뉴 가격이 개당 8500원으로 매장보다 1300원 비싼가 하면, 노브랜드의 경우 버가 가격이 300~600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중가격제의 경우 가격 책정 및 고지 의무 등이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업체·식품군별 차이가 있기야 하겠지만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중가격제 관련 가이드라인은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정문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newstomato.com |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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