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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시론)두 번째 잠


아침마다 7시 15분쯤 아이들을 깨운다.

늦어도 7시 20분은 넘기지 않도록 한다.

집에서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 꽤나 가까운 거리인지라 등교 시간인 8시 30분까지 여유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해보면 이조차 굉장히 빠듯하다.

아침 먹고, 양치하고, 옷 입고, 준비물 점검하고, 그날까지 해야 하는 과제물을 체크하고, 물통도 싸고, 이 모든 과정을 빼먹지 않고 차례차례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챙기고,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다 보면 한 시간 남짓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시곗바늘이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는 딸이 잠들기 전 신신당부하기를, 다음 날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깨워달라는 것 아닌가. 7시 15분 말고 7시에 꼭 깨우라고. 아침마다 이불 속에 웅크린 채로 한참 동안 나오지도 못하면서, 눈도 못 뜬 채로 아침을 먹으면서, 더 빨리 깨워달라는 이유가 대체 뭘까. 더 자고 싶은 것이라면 또 모를까. 왜냐고 물으니 그냥 일찍 일어나고 싶단다.

의아했지만 어쨌건 그러고 싶다니 원하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요청받은 대로 다음 날은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아이를 깨웠다.

여느 때처럼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일어난 아이는 평소처럼 아침식사를 마친 후 다시 한번 말했다.

“엄마, 나 다시 잘 거니까 이따 50분에 깨워줘. 꼭 깨워야 해!” “응?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일찍 깨워달라며.” “맞아. 왜냐하면 다시 자려고. 일찍 일어나면 다시 잘 수 있잖아.” 그러더니 침대로 다시 한번 쏙 들어가 바로 잠이 들었다.

50분이면 아이가 평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등교 준비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일찍 일어나고 싶었던 이유란 학교에 일찍 간다거나, 뭔가를 추가로 하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더’ 자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10분간 세상 평온한 얼굴로 다시금 잠에 빠져 있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돌이켜 보니 나도 학창 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침마다 엄마의 부름에 눈을 떴다가 서둘러 아침을 먹고선 곧장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리고선 5분에서 10분가량 쪽잠을 잤는데 그게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첫 번째(?) 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달콤하여, 이 달콤한을 조금 더 누리기 위해 더 일찍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딱히 가르쳐준 적도 없는 걸 이 아이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래서일까. 어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 평소 일어나는 시각보다 10분 더 빠르게 기상 알람을 맞춰보았다.

사실 늘 비슷한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지라 알람을 맞추지 않고 지낸 지 오래였다.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의 15분간의 꿀잠을 목격한 여파인지 그날은 왠지 모르게 알람을 맞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요란한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며 깼다.

반사적으로 시간을 체크하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전날 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 그렇지, 알람을 맞췄었지. 그것도 10분 일찍. 그러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10분간 더 침대에 머물렀다.

깨어난 듯 아닌 듯. 꿈인 듯 아닌 듯. 어서 일어나야 하는데... 하지만 10분 일찍 일어났으니 적어도 10분은 괜찮아, 생각하면서. 그렇게 10분간 두 번째 잠에 빠져들었다.

알람 소리를 들으며 그러고 있노라니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한승혜 작가



newstomato.com |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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