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탄핵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뼈아픈 시기는 2016년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언론 보도는 그해 겨울 역사적인 '촛불 집회'를 촉발했습니다.
당시 촛불 집회는 세계가 주목했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정치사에 기록된 촛불 집회가 과연 우리 정치를 바꿨을까요? 2016년 촛불집회로 권력을 내준 보수 세력은 두 번의 '탄핵'은 있을 수 없다며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 번의 탄핵 경험이 그들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만 '보수 붕괴'를 막기 위해 철면피가 되는 길을 택한 겁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명태균 게이트'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언론 보도로 시작됐으며, 정권의 부패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시민사회가 움직이고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일합니다.
다만 정치권의 대응만 다를 뿐이죠.
일반 시민들이 민주당 주도의 집회에 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2016년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1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어게인 2016'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요. 2016년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면 해야 할 일이, 놓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중요한 건 부정부패로 물든 박근혜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둘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두 번째 박근혜가 등장했습니다.
결국 시스템을 바꿨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의 보수 세력은 '철옹성'을 세우고 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어게인 2016'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초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적어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정치의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했던 것처럼이라도, 우리 정치의 체질을 바꾸는데 윤 대통령이 앞장서야 합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명태균 게이트'에 무너진 대통령이 아니라 정치 개혁에라도 앞장 선 대통령으로 남지 않을까요.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