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풋살을 하다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두 선수가 공을 두고 발목을 부딪힌 건데 제 지인의 발목이 크게 부어올랐습니다.
파스와 부목 등 경기장 밖에서 응급처치를 했지만, 걸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병원을 가야한다는 판단에 서둘러 차를 타고 보라매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빠르게 응급실에 도착한 뒤 접수를 하던 도중, 프론트 관계자가 난처한 얼굴로 "진료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선생님들께서 파업을 하고 있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추진에 따른 의사들의 반발이 진행 중이란 사실을 잠시 잊었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응급실 상황을 고려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진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x-ray 촬영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인은 몇십분여 끝에 호명이돼 절뚝거리며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그러더니 5분도 안돼서 나왔습니다.
지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조치를 해줄 수 없다고 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육안상 발목의 상태를 봤을 때 골절이 의심됐지만, 평일 외래진료가 아니면 지금 당장 손쓸 수 있는 게 없다며 병원측은 설명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주변 민간 사립병원으로 급하게 움직였습니다.
도착해보니 주말 응급실 환자들로 주차장이 붐볐습니다.
저희는 오랜 시간이 걸려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골절이 아니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지인을 부축하며 귀갓길, 마음 한켠에 씁쓸함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라고 불리는 서울대병원의 현 상황에서입니다.
알아보니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각 병원의 진료와 수술 등이 확 줄어들었으나 국내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의 일반 병상 가동률이 가장 낮은 상태란 조사도 있었습니다.
그날 '지금 아프면 큰일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병으로 위중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타는 마음일 것이라며 짐작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의협은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18일 전면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총파업이 실제 진행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본다는 입장입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꼴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