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신입에게도 직무 경험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면서 사회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 선호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중고 신입의 경우 즉시 업무에 투입돼 성과를 도출할 수 있고, 적응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신입 구직자는 설자리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고 신입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에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으로 입사한 사람을일컫습니다.
즉 직장을 다니거나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기업에 입사하려는 지원자를 뜻합니다.
주요 기업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으로 우회해 가는 방법을 택하는 구직자들이 증가하는 게 최근 노동시장 트렌드"라며 "상시 경력직 채용이 늘어난 원인도 있고, 조직경험을 몇 년 정도 가진 이들이 기본적인 회사 예절이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들의 중고 신입 선호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4명 중 1명은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123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동향·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대졸 신규 입사자 25.7%는 이미 경력이 있었습니다.
이는 2022년 대졸 신규 입사자 중 중고 신입의 비중(22.1%)보다 3.6%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고 신입의 평균 경력 기간은 1년 4개월이었습니다.
사실상 경력이 있는 신규 입사자 가운데 1∼2년의 경력을 보유한 이들이 5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 6개월∼1년(32.8%), 2∼3년(6%), 3년 이상(5.2%), 6개월 미만(3.4%) 순이었습니다.
한경협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교육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업무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9명가량도 신입 후배로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용 플랫폼 '잡플래닛' 운영사 브레인커머스가 직장인 575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 응답자 93.4%가 일반 신입 직원보다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호 이유로는 △소통이 수월할 것 같아서(38.1%) △업무 스킬이 풍부할 것 같아서(28.8%) △눈치가 빠를 것 같아서(25.5%)가 꼽혔습니다.
부산 연제구청에서 열린 '2024 연제구 청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입 공채 줄고, 경력 수시 채용으로 변화…대기업 53% '인사 적체'
업계에선 기업들의 이러한 중고 신입 선호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고 신입 등장이 높은 경쟁률로 이어져 신입 구직자의 설 곳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 취업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취업난에 구직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첫 취업 연령대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취업 후 다시 신입으로 입사하는 중고 신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직무 경험이 없는 대졸 신입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용 시장도 신입 공채를 줄이고, 경력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00개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정기 공채 비율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 채용 비율은 45.6%에서 48.3%로 증가했습니다.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기존 퇴직 인원이 줄어들면서 인력 정체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도 신규 취업자의 설 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28개사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은 16만596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년 21만717명, 2021년 18만7673명과 비교해 각각 21.2%, 11.6% 감소한 수치입니다.
반면 조사 대상 기업 중 퇴직 인원을 공개한 88개사의 지난해 퇴직률은 6.3%으로, 2022년과 비교해 1.5%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퇴직 인원은 지난해 총 7만1530명으로 전년의 8만8423명보다 1만6893명(19.1%) 줄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53.7%가 '현재 승진 지연 등 인사 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입 채용이 줄어들면서 신입 대상 직무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은 줄어드는 반면 경력이나 중·고령 인력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 자체적으로 이러한 현상에 대비한 작업 환경에 돌입하는 게 과제가 됐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선 중고 신입이 채용 시장을 잠식하고 경력이 없는 신입이 설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을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에서 찾기도 합니다.
기업의 한 채용 관계자는 "한국의 고용 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다소 경직적"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한 번 고용을 하게 되면 노동자의 해고가 어렵다.
이런 연유로 고용할 때 검증된 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업 전형이 수시채용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신입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에도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newstomato.com | 임유진 기자
중고 신입의 경우 즉시 업무에 투입돼 성과를 도출할 수 있고, 적응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신입 구직자는 설자리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고 신입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에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으로 입사한 사람을일컫습니다.
즉 직장을 다니거나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기업에 입사하려는 지원자를 뜻합니다.
주요 기업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으로 우회해 가는 방법을 택하는 구직자들이 증가하는 게 최근 노동시장 트렌드"라며 "상시 경력직 채용이 늘어난 원인도 있고, 조직경험을 몇 년 정도 가진 이들이 기본적인 회사 예절이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들의 중고 신입 선호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4명 중 1명은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123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동향·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대졸 신규 입사자 25.7%는 이미 경력이 있었습니다.
이는 2022년 대졸 신규 입사자 중 중고 신입의 비중(22.1%)보다 3.6%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고 신입의 평균 경력 기간은 1년 4개월이었습니다.
사실상 경력이 있는 신규 입사자 가운데 1∼2년의 경력을 보유한 이들이 5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 6개월∼1년(32.8%), 2∼3년(6%), 3년 이상(5.2%), 6개월 미만(3.4%) 순이었습니다.
한경협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교육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업무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9명가량도 신입 후배로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용 플랫폼 '잡플래닛' 운영사 브레인커머스가 직장인 575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 응답자 93.4%가 일반 신입 직원보다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호 이유로는 △소통이 수월할 것 같아서(38.1%) △업무 스킬이 풍부할 것 같아서(28.8%) △눈치가 빠를 것 같아서(25.5%)가 꼽혔습니다.
부산 연제구청에서 열린 '2024 연제구 청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입 공채 줄고, 경력 수시 채용으로 변화…대기업 53% '인사 적체'
업계에선 기업들의 이러한 중고 신입 선호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고 신입 등장이 높은 경쟁률로 이어져 신입 구직자의 설 곳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 취업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취업난에 구직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첫 취업 연령대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취업 후 다시 신입으로 입사하는 중고 신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직무 경험이 없는 대졸 신입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용 시장도 신입 공채를 줄이고, 경력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00개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정기 공채 비율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 채용 비율은 45.6%에서 48.3%로 증가했습니다.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기존 퇴직 인원이 줄어들면서 인력 정체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도 신규 취업자의 설 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28개사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은 16만596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년 21만717명, 2021년 18만7673명과 비교해 각각 21.2%, 11.6% 감소한 수치입니다.
반면 조사 대상 기업 중 퇴직 인원을 공개한 88개사의 지난해 퇴직률은 6.3%으로, 2022년과 비교해 1.5%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퇴직 인원은 지난해 총 7만1530명으로 전년의 8만8423명보다 1만6893명(19.1%) 줄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53.7%가 '현재 승진 지연 등 인사 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입 채용이 줄어들면서 신입 대상 직무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은 줄어드는 반면 경력이나 중·고령 인력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 자체적으로 이러한 현상에 대비한 작업 환경에 돌입하는 게 과제가 됐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선 중고 신입이 채용 시장을 잠식하고 경력이 없는 신입이 설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을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에서 찾기도 합니다.
기업의 한 채용 관계자는 "한국의 고용 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다소 경직적"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한 번 고용을 하게 되면 노동자의 해고가 어렵다.
이런 연유로 고용할 때 검증된 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업 전형이 수시채용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신입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에도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