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지난 2일 보도한 '(뉴게임+)'창세기전' 감동 서사, 눈 아파 못 읽겠네' 기사 댓글에 대답하려 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저는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나온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글씨가 너무 작아, TV에 연결 못하는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로는 서사를 제대로 읽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한 독자께서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대사의) 90% 이상이 더빙인데 누가 눈으로 읽는지 좀 이해가 안되는 사용자 의견이 기사에 나왔네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화면이 5인치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사진 위)'로 '슈퍼로봇대전 V'를 켜 보니, 7인치 닌텐도 스위치 OLED(사진 아래) 화면으로 본 회색의 잔영보다 대사가 잘 읽힌다.
(사진=이범종 기자)
제가 글씨 크기에 대해 지적한 이유를 좀 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 게임 개발사 레그스튜디오는 인물 대화 곳곳에 다른 인물 이름과 지명 등을 노란 색으로 보여주는데요. 이때 Y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정보에 대한 설명문을 화면에 출력합니다.
회색의 잔영은 각종 아이템 설명은 물론 '안타리아의 서'를 통한 연표와 사건 기록, 인물 설명 확인도 눈으로 읽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들 내용은 음성 설명이 없습니다.
단지 인물 간 대화가 전체 녹음됐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성우의 더빙만 중요하고 세계관을 읽는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면, 레그스튜디오가 굳이 인물 간 대화 자막의 중요 단어를 노란색으로 표기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개발진이 세계관을 망라하는 안타리아의 서를 자세히 쓸 이유도, 애초에 대사 자막을 만들어 넣을 이유조차 없지요.
회색의 잔영은 주요 인물이나 지명 등을 노란색으로 표기한다.
이때 Y 버튼을 누르면 설명이 나오는데,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에선 글씨 크기가 작아 읽기 힘들다.
사진은 고블린에게 둘러싸인 등장인물 레이몬드가 나무에 가려져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 모습. (사진='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실행 화면)
자막은 중요합니다.
제 주위에는 넷플릭스로 한국어 드라마를 볼 때 자막 켜는 경우가 많은데요. 거실에서 TV 볼 때 누군가 주방에서 설거지하거나 식구끼리 대화할 때, 실외에서 주변 환경이 시끄럽거나 음량을 키우기 어려울 때 유용하기 때문이죠.
휴대용 게임기 자막의 중요성도 그만큼 큽니다.
한 중년 게이머는 "창세기전 즐길 나이면 애 아빠가 많을 텐데, 이 분들은 (거치형 콘솔이 아닌) 닌텐도 스위치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마음 편히 거치형 콘솔을 거실에서 즐길 수 없다면 휴대용 게임기의 작은 화면을 봐야 하는데, 침침한 눈으로 작은 글씨를 보며 창세기전 세계관을 읽는 건 불편한 일이지요.
누군가에게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 기능으로 게임을 깊이 있게 즐기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능을 성의 있게 만드는 건 개발사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