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메리츠화재가 유력 원매자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과거 4차례 매각 실패 후 예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매각 성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데요. 다만 부실 금융사인 MG손보 매각을 위해 수천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인수 과정을 주목하고 있는 점이 부담입니다.
예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 결정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24일까지 MG손보 매각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인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가 이번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을 위해 네 차례에 걸쳐 입찰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효경쟁이 무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했습니다.
수의계약 방식은 MG손보의 매각을 주도하는 예금보험공사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서 예금보험공사는 과거 네 차례 MG손보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첫 번째 때는 입찰자가 없었고, 두 번째에는 한 곳만 인수의향서를 내 유찰됐습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은 두 곳 이상 참여해야 경쟁이 성립됩니다.
입찰 무효가 거듭되자 예금보험공사는 세 번째 매각을 추진할 때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공적자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인수자가 주식매각(M&A), 계약이전(P&A) 방식 중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M&A 방식은 회사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방식이며, P&A는 우량 자산만 이전 받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지난달 이뤄진 세 번째 매각에는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예비입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습니다.
본입찰 유찰 이후 진행된 재입찰에서는 앞선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에 이어 메리츠화재가 등판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다시 입찰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고, 메리츠화재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예비입찰 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입찰에서도 세 곳 모두 참여했지만 예금보험공사는 매각 주관사와 법률 자문사 검토 결과 등을 토대로 최종 유찰 처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일 차수 내 재공고가 진행된 입찰도 유찰되면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24일까지 MG손보 매각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
사진은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사진=예금보험공사)
국감 앞두고 정치권 관심 부담
그러나 업계에서는 손보사 중에서도 자본력이 강한 메리츠화재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MG손보를 인수하려면 8000억~9000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MG손보의 실제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본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MG손보의 올해 1·4분기 지급여력비율(킥스·K-ICS)는 42.71%에 불과한데,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비율(150%)로 끌어올리려면 8000억~1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수 희망자는 실질적으로 MG손보 인수를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써야 합니다.
자금 부담이 큰 탓인지 유찰이 거듭됐고, 결국 예보는 공적자금 지원 카드를 꺼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5000억원 수준입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최근 상반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주당 이익 증가를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와 이에 도움되는 성장에만 관심이 있고 단순 외형 경쟁을 하지 않는다"며 "MG손보 인수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면 인수하고 아니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MG손보 노조의 반발은 부담 요소 입니다.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선택해 거래가 성사된다면 고용 불안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MG손보 노조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토론회를 열면서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의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질 고용 승계와 더불어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한 적절성 시비가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금보험공사의 매각 완수 의지가 어느 때보다 크지만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는 만큼 반박논리를 제대로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 측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수의계약에 대해서 세부 사항 공개는 어렵다"며 "새로운 원매자가가 나서면 협상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MG손보를 인수하려면 8000~9000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본력을 갖춘 메리츠화재의 등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가 금융위원회 앞에서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전 참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