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엔젠바이오(354200)가 전략적투자자(SI) 유치에 실패하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앞서 엔젠바이오는 기발행 전환사채(CB)의 상환 등을 위해 자금조달을 계획했으나 수차례 연기됐고 조달자금도 급감했습니다.
올해 일부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되는 만큼 추가 자금조달이 급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SI가 자금납입을 포기한 상황에서 주주들에 손을 벌린 것인데요. 엔젠바이오 지배주주들의 유증 참여마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SI 유치 실패…예견된 주주배정 유증
엔젠바이오 3개월 주가 추이.(사진=한국거래소)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젠바이오는 지난달 26일 16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습니다.
기발행주식총수(1288만9227주) 46.55%인 6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며, 예정발행가는 2710원입니다.
조달자금은 3회차 CB 채무를 상환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71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하며, 나머지 91억원은 운영자금 및 타법인 취득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시장에선 엔젠바이오의 주주배정 유증이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엔젠바이오는 지난 6월부터 3자배정 유증 및 CB 발행을 통해 10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습니다.
유증 대상은 엔젠바이오와 의료기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아랍에미레이트(UAE) 소재 유로 얼라이언스(EURO ALLIANCE)사 였습니다.
당시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되는 유증으로 향후 사업적 시너지 발생 및 전략적 투자를 목적으로 했습니다.
다만 유로얼라이언스의 유증 납입은 수차례 연기되다 대상자가 변경됐고 조달자금도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발행하려던 50억원 CB 역시 25억원 규모로 감소했습니다.
조달자금이 반토막나면서 엔젠바이오의 유동성 우려도 커졌습니다.
일부 CB 풋옵션을 대응하기 위해 단기차입금 46억원을 조달한데다, 3회차 CB의 미상환 잔액 역시 74억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조달자금이 줄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엔젠바이오는 지난해 법인세비용 차점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131억원 발생해 자기자본(162억원)의 81.2%를 기록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상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에 지정됩니다.
작년까진 기술특례상장으로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됐지만, 올해부터는 유예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주가 급등 시점 기습 유증발표…지배주주 참여율도 저조
상장 유지를 위해서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SI가 투자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지배주주들의 유증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엔젠바이오는 설립 당시 젠큐릭스(229000)와 KT(030200)전략투자조합2호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는데요. 이후 최대주주였던 젠큐릭스는 지분을 매각했고, KT전략투자조합이 해산되면서 KT(030200)가 대주주에 올랐습니다.
다만 KT의 지분보유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목적이 강한 만큼 이번 유증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젠바이오는 “KT는 에젠바이오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어 유증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출 대표이사 및 이사진들은 발행주식총수 대비 16.4%의 청약참여율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신고서상 계획대로 유증이 완료되고 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19.7%에서 13.8%로 감소하게 됩니다.
엔젠바이오 유증이 주가 급등 직후 결정됐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부정적입니다.
앞서 엔젠바이오는 지난달 20일과 23일 △혈액암 예측 진단 제품 출시 △혈액암 치료 알고리즘 특허출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20일과 23일 양일간 상한가를 기록해 2거래일만에 주가가 68.85% 급등했습니다.
지난달 23일 4390원까지 올랐던 엔젠바이오 주가는 유증 발표 이후 3015원선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31.32% 급락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유증을 발표할 경우 회사 입장에선 같은 수의 신주를 발행해도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도 “유증으로 기존 주식보다 저렴한 신주가 발행되는 데다, 신주발행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 지분 가치가 희석돼 투자자들에겐 부정적이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엔젠바이오가 배포한 특허출원 보도자료.(사진=엔젠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