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에스엠(041510)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이 법정에 섰습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된 지 약 두달여 만입니다.
김범수 의장 측은 시세조종이 성립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에스엠 주가는 하이브(352820)가 공개 매수를 선언한 이후 이미 12만원을 상회했으며, 하이브와 카카오 간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입니다.
김범수 의장 측은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첫 공판에서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이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에 나선 것을 검찰이 시세조종으로 보고 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에 걸쳐 카카오가 조직적으로 경쟁사인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 측은 이날 모두진술을 통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주가 상승 목적으로 에스엠 주식을 매매하도록 지시했고, 이후 시세 고정과 안정을 위해 1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동일한 목적으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과 공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명의로 약 1300억원 규모의 에스엠 주식을 매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이같은 모든 행위가 카카오의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이 됐다며, 최종 승인을 낸 이로 김범수 의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 측은 인위적인 시세조작이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세조종이 성립되려면 시세 외 다른 인위적 조작으로 시세를 고정 또는 인상 시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변호인은 "하이브가 공개 매수 선언을 한 이후 이미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상회해 시장에서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 사실상 실패라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며 "이 기간 하이브와 카카오의 지분 경쟁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의 시세 조종으로 에스엠 주가가 12만원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해 가격이 정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김 의장 측은 "검찰의 기소를 보면 상대방의 공개 매수에 대응하며 고가주문이나 물량 주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저가 주문과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검찰은 김 의장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에스엠 지분을 총 5% 넘게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3월8일까지 보유 상황과 변동 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한 자에 대해 지분보유 및 변동상황, 보유목적 등의 변경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장 측은 "(김 의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매입한 사실조차 몰랐다"며 "김범수 의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하라고 기재돼 있을 뿐 언제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없는데,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다는 건 검찰의 무리한 추측"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공동 보유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매집한 부분을 제외하면 5%를 넘지 않으므로 공소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