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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고통을 말하는 법


고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비극적인 사건 혹은 참사를 다룬 영화가 늘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사건으로 인한 고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의미는 휘발된 채 자극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도가니'나 '항거' 역시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려다 보니 함정에 빠지고 말았죠.

 

물론 고통은 언제든 새롭게 그려지고, 현재 시점에서 다시 기록돼야 합니다.

지나간 사건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일이니까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고통을 그리는 방식으로 다른 영화와 조금 다른 언어를 택합니다.

 

제목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번역하자면 이익지대, 혹은 관심지대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주변 독일인 거주지역을 뜻합니다.

주인공인 루돌프 회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입니다.

영화는 네 아이를 둔 회스 부부의 일상을 건조하게 비춥니다.

역사 속 끔찍한 악인의 모습도 화면만 보면 평범한 전원생활이나 다름없습니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소리와 화면의 불일치입니다.

평화로운 집에 모인 독일인 이웃들은 수용소에서 빼앗긴 유대인의 짐을 모아둔 창고에서 보석을 가져왔다며 깔깔 웃습니다.

동시에 담장 너머 바투 붙은 수용소에서는 비명과 신음이 들려옵니다.

타인의 고통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비명은 들리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고통을 그려내며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미디어의 그림자를 봅니다.

최근 한 유튜버가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이 됐습니다.

유튜버는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 없이 그의 고통에서 이익을 얻을 뿐입니다.

벽 너머 피해자의 고통이 과연 그 유튜버에게 들릴까요? 사적 제재의 자극에 물들여진 시청자들 역시 벽 너머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고통을 직접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화면과 소리의 위화감이 커질수록 시청자들은 고통에 공감하게 됩니다.

화면 속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아니 듣기를 거부하는 소리를 관객은 들을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자극 반대편, 보여지지 않는 고통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곤 하는 법인가 봅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포스터. (사진=찬란)



newstomato.com | 민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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