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주고 싶은 게 있어. 우리 얼굴 한 번 보자!"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나 봅니다.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 대학 동기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몇 없습니다.
그 작디 작은 인맥 속에서 하나둘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달 청첩장을 주는 친구는 저와 대학시절 정말 붙어있다시피 한 친구입니다.
복학 후 만난 같은 과 여자친구와 6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저 밤새 게임을 같이 하고 술도 마시며 놀았던 그 친구가 결혼이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직 스스로를 어린아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저와는 달리 그 친구는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결혼이란 정서적으로 성숙한 두 사람이 적당한 기간 동안 교류하다 서로의 경제적 요건과 상황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절친한 친구가 그런 상황에 딱 맞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니 신기하고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짧은 전화통화 속에서 이것저것 많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반지도 맞췄다고 합니다.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갈 예정이고 결혼식장은 신도림이랍니다.
집도 구하고 있는데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고민이 많은 요즘이라고 합니다.
저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 거리감이 들면서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제 눈에는 어린 아이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런 친구가 한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하는 모습이라니.
사회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사회를 맡아본 적이 없는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그게 뭐가 중요하냐며 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사회도 맡아주는데 너무 고마운 게 많다.
결혼식까지 많이 챙겨줄게. 이번에 뭐 먹고 싶어?"
한우, 고급 레스토랑, 오마카세 등등. 비싼 걸 고르라면서 비싼 메뉴들을 늘어놓는 친구. 저는 아무 생각 없이 툭 뱉었습니다.
"치킨"
왜 그런 걸 고르냐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저는 "그냥" 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어린 스무살부터 둘이 돈을 합쳐 매일 같이 치킨을 시켜 먹었던 그때의 추억이 남아있어서일까요.
어른이 된 것 같은 친구이지만 그래도 저랑은 어린 친구로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