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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IT 공포와 짜증 구분 못한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
코나미의 유명 공포 게임 '사일런트 힐 2'가 이달 8일 리메이크작으로 23년만에 팬들과 재회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듯, 이 게임은 평단이 매긴 메타 점수 86점에, 게이머 점수 9.3점(10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저는 최근 이 게임 디스크를 구매해 두고, 올해 2월 무료 발매된 외전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를 먼저 하기로 했는데요. 참다 못해 결국 그만 두었습니다.

 

짧은 메시지는 열여덟 살 아니타 플라네르트가 폐건물에서 깨어나, 이곳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친구 마야의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이 게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결핍을 채우려는 10대의 모습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 대를 잇는 아동 학대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어지러운 1인칭 시점에 길 찾기도 어렵게 만든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 (이미지=플레이스테이션5 게임 선택 화면)

 

아니타는 건물 곳곳에 그려진 그래피티로 마야의 흔적을 쫓습니다.

마야는 여성의 몸에서 피어난 벚꽃 그림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학교 안에선 집단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그는 이 건물 옥상에 천사들의 승천을 그려놓고, 자신은 차디찬 바닥을 향해 날개 없는 비행을 마쳤습니다.

몸을 감싼 벚나무 가지를 보건대, 그림 속 천사 중 한 명은 마야 자신이었겠지요.

 

아니타가 기억 속 마야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폐건물 내부는 마야에겐 지옥이었을 학교의 복도로 변합니다.

아니타가 지나는 복도엔 욕설 가득한 포스트잇이 도배되거나 사방이 눈알로 가득차기도 하는데요. 이는 디지털 매체가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언어 폭력의 도구로 쓰이는 현실을 씁쓸하게 짚어내는 연출입니다.

 

아니타의 회상에 나타나는 생전의 마야. 배우는 사카구치 하루카. (사진='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 실행 화면)

 

여기까지만 보면 '무엇이 문제냐'는 반문이 나오겠지요. 하지만 저에겐 '시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으로 다가오더군요. 제가 사일런트 힐 2를 구매한 이유 중 하나가 주인공의 몸이 카메라 앞에 보이는, 이른바 3인칭 시점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외전 격인 '짧은 메시지'는 1인칭 시점으로 복잡한 길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물론 천천히 걸으면서 단서를 찾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배우 사카구치 하루카가 연기한 마야의 생전 모습을 보며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동하다 어딘가에 부딪힐 때 느껴지는 어지럼증도 처음엔 견딜만 했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전신을 감싼 귀신에 쫓기면서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각종 효과음과 귀신에게 붙잡힐 때의 데드 신 등이 공포를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탈출로가 복잡해지면서, 이야기에 대한 흥미가 반감됐습니다.

공포가 짜증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아니타는 마야가 남긴 그림과 글을 보며 그리움과 질투를 느끼다 자신의 '죄'를 마주하게 된다.

(이미지='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 실행 화면)

 

특히 시점이 1인칭이기 때문에 반복된 길찾기 실패는 어지럼증과 겹쳐 거부감으로 이어졌는데요. 이 때문에 결국 게임을 삭제하고, 유튜브로 결말을 확인했습니다.

 

'짧은 메시지' 제작을 맡은 오카모토 모토이 감독은 폐쇄된 건물에서 목을 조여오는 공포를 의도했겠지만, 정도껏 했어야죠. 쫓아오는 귀신이 안 무서워질 정도로 길 찾기에 대한 짜증이 솟구쳐 감정선을 덮어버리게 해선 안 됩니다.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정통 시리즈 '사일런트 힐 2'는 아직 반질반질한 비닐 포장에 싸여있는데요. 소장 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오랜만에 실물 광디스크를 구입한 만큼, 이 게임은 제 기대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newstomato.com |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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