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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연세대 시험지 유출사건…법적 책임은?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대학입시는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개인은 물로 가정에서 일생에서 가장 많이 준비하고, 가장 큰 일로 여깁니다.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에는 출근을 늦출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대학입시는 청소년기의 학업적 노력을 평가받는 기회인 만큼 대학 입학 절차에는 공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됩니다.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마친 후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연세대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벌어졌습니다.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1시간가량 먼저 배부됐다가 회수된 겁니다.

이에 응시생들 사이에서 일부 수험생이 1시간 먼저 문제를 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다음날 연세대는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가 파악되지 않았고, 재시험을 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경위 파악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지시하면서 사건은 커지고 있습니다.

 

연세대는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5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습니다.

△시험관리시스템 재점검 △감독위원의 교육 철저 및 실수가 공정성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프로토콜 강화 △고사장 자유좌석제를 지정좌석제로 변경 △문제오류 방지를 위한 검토 강화 등입니다.

특히 연세대는 문제를 유출한 수험생을 특정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사건으로 부당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강력하게 처벌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응시생들은 반대로 연세대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시험 전 휴대전화를 가방에 보관하도록 했고, 수험번호가 있는데도 시험 좌석을 자유좌석제로 운영해 친구들끼리 옆자리에 앉아서 이야기까지 하는 등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연세대 측이 비싼 전형료를 받고도 시험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입시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시험지 유출 의혹을 단순히 수험생 개인의 부정행위로 규정하면서 책임을 떠넘긴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겁니다.

 현재 응시생 중 일부는 이번 논술시험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위한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논란이 점점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업무방해죄는 허위 사실의 유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성립되는데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14조). 단 업무방해죄에서 업무의 주체는 사람이어야 하므로 영조물에 불과한 대학교는 업무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입학과 관련한 업무는 대학교 총장에게 귀속되므로 입학 관리업무를 방해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독자의 실수로 미리 받은 시험지의 내용을 유출한 행위가 위계에 해당하는지, 이미 시험이 끝난 시험지를 찍어 유출한 행위가 위계 등에 해당할지 문제 될 텐데요. 대법원은 수험생이 스스로 부정한 방법으로 탐지한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미리 출제될 시험 문제를 알게 돼 답을 암기했다가 암기한 답을 답안에 제출하는 것은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수험생이 알게 된 답을 제출하지 않는다고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험생이 스스로 부정한 방법으로 문제를 알아내어 답안을 작성하거나 유출한 것은 아니므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닌 이상 업무방해죄의 적용이 힘들 수 있습니다.

 

응시생들이 준비하는 논술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 해당하는데요(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당사자 사이에 현재 다툼이 있는 권리나 법률관계 등이 존재하고 그 판결이 있기까지 현재 상황이 그대로 방치되면, 권리자가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등 소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됨으로써 생기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해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보전처분입니다.

분쟁이 다양화되고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이런 유형의 가처분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각종 시험에서도 공정성이 중시되면서 본안소송과 함께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겁니다.

 

현시대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은 출발선에서부터 종료될 때까지 지켜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공정성에 합리적인 의심이 생긴다면 그 자체로 영향을 받아 피해받는 사람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시험의 관리 감독상 실수로 빚어진 일로 인해 응시생이 피해받는 것은 더더욱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이 갖는 공공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대처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요. 이미 공정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으로 인해 응시생 중 다수가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 재시험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한 기간 안에 치러져야 하는 입시의 특성상 수사 결과를 기다리면 이미 합격자가 발표되는 등 권리가 형성되므로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고 피해를 구제하기가 더 요원해집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응시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newstomato.com | 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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