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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스토킹 잠정조치' 받았다면 피해자에게 전화해도 처벌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스토킹은 유명한 사람들만 당하는 범죄가 아니고 피해의 정도도 작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경미한 범죄로 취급받았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스토킹 행위가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각종 강력범죄의 통로가 되고 피해가 급증했습니다.

마침내 2021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이 제정 및 시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스토킹처벌법 시행 3주년 토론회 '일터에서 여성들이 사라진다'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토킹 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동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처벌하는 겁니다.

 

스토킹 처벌법에 규정된 피해자 보호조치에는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가 있습니다.

응급조치는 경찰이 스토킹 행위가 일어난 현장에서 즉시 할 수 있는 조치로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고 처벌을 경고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및 수사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안내 △상담소 및 보호시설로 피해자 인도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고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피해자 주거지 접근금지나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경찰이 직접 하고 사후적으로 검사를 통해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가 직권 또는 경찰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피해자, 동거인, 가족, 주거 등 접근금지 △피해자, 동거인, 가족에 대한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잠정조치를 받은 상태에서 잠정조치의 내용을 위반하면 스토킹 범죄와는 별개로 처벌받게 됩니다.

 

지난 9월27일 대법원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 것’을 명하는 잠정조치 결정을 받은 사람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차단기호 등이 표시되도록 한 사건에서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스토킹 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위 행위가 스토킹 범죄를 구성하는 스토킹 행위에도 해당한다면, 1개의 행위로 성립하는 수 개의 죄에 해당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원심은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스토킹 처벌법 위반 부분에 관해 피고인이 전화를 걸었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전화번호를 차단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수신차단기호 등이 표시된 것은 피고인이 전자적 방식에 의해 송신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잠정조치 불이행과 스토킹 범죄를 상상적 경합범 관계로 보면 법정형이 더 무거운 스토킹 범죄로만 처벌하게 되므로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스토킹 처벌법 위반죄는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실체적 경합범 관계로 파악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가 송신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신되고,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피고인이 송신한 위 내용의 정보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차단기호 등으로 변형돼 표시된다고 봤습니다.

이런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차단기호 등을 ‘피고인의 송신 행위 없이 피해자에게 도달된 것’이라거나, ‘피해자 휴대전화의 자체적인 기능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전화통화를 시도함으로써 이를 송신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 것’을 명하는 잠정조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스토킹 처벌법 위반죄가 스토킹 범죄에도 해당한다면 사회 관념상 1개의 행위로 성립하는 수 개의 죄에 해당하므로 상상적 경합 관계로 봐야 한다고도 판단해 원심판결을 깨고 돌려보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마련돼 과거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규정이 다소 모호해 처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나 스토킹 범죄의 유형도 제한적이어서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에 관한 규정이 매우 좁게 적용되면 스토킹 범죄를 막지 못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스토킹이 아님에도 악용될 수 있는 겁니다.

 

스토킹 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유형을 포섭할 수 있는 규정 신설, 미성년자 등에 대한 범죄의 가중처벌 등이 필요합니다.

잠정조치를 받았음에도 위반하고 피해자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는 특히 위험성이 높으므로 기존 스토킹 범죄와는 별도로 가중 처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스토킹 범죄가 각종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누군가로부터 일상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스토킹 처벌법 규정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newstomato.com | 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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