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참사 당시 무안공항의 ‘계기착륙시설(ILS)’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LS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정밀 시스템입니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기체 착륙시에 필수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2024년 12월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로컬라이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 ‘항공고시보(NOTAM)’에는 무안공항 ILS가 지난해 10월30일 오후 4시부터 2025년 4월30일 오후 3시까지 ‘U/S(Unserviceability, 사용 불가)’라고 고시돼 있습니다.
NOTAM는 조종사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 이착륙 공항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공유하는 항공정보시스템입니다.
여객기에 활주로 중심선과 활공각도 및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인 ILS의 작동 유무도 NOTAM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무안공항은 하나의 활주로를 비행 방향에 따라 북쪽으로 운영하는 01번과 남쪽으로 운영하는 19번으로 구분해 사용합니다.
ILS는 두 활주로 끝 둔덕에 각각 설치돼 있는데 모두 해당 기간에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두 활주로 모두 확장공사로 인해 ILS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용과 기간으로 봐서는 활주로 확장공사로 인한 게 맞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작동하도록 돼 있는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항 운영 시간에는 ILS가 정상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공항시설법에 나와 있다”고 말습니다.
사고기와 동일 기종을 모는 국내항공사 한 기장은 “한 개의 엔진이든, 동체착륙이든 ILS가 켜져 있었다면 활주로 접지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했을 것”이라며 “ILS는 훨씬 안전하게 착륙을 도와주는 장치”라고 했습니다.
다른 한 기장도 “사고기 이륙 시간을 보면 해당 기장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까지 근무한 상태라 피로도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선 더더욱 ILS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사고기를 몬 기장은 사고 전날인 12월28일 방콕(현지시간) 새벽 2시29분에 이륙해 무안에 오전 8시57분경에 1차 착륙을 시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고기는 당초 01번 활주로에 착륙하려 했으나 관제사와 교신한 뒤 역방향인 19번 활주로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활주로 전체 2800m의 중간 지점을 넘은 1200m에 터치다운(접지)했습니다.
이후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그대로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으며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ILS가 정상 작동했다면, 터치다운 지점을 앞당겨 착륙한 뒤 둔덕과 부딪히기 전 속도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측은 "ILS 관련해선 국토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참사를 키웠다고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은 무안공항을 드나드는 조종사도 알기 어려운 정보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항공고시보를 포함해 그 어떤 항공정보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이 고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다른 국가가 발간한 종합항공정보집을 포함해 항공관련 정보들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국내 공항의 위험성이나 변동사항 등을 고시해야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 관련 사전 고지 외에 다른 고지는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안공항에서 이착륙 경험이 있는 한 기장은 “무안공항 동남쪽과 서쪽에 산이 있고 현재 활주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정보 정도만 알고 있지 “ILS가 콘크리트 위에 지어졌는지는 조종사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 전국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newstomato.com | 오세은 기자
ILS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정밀 시스템입니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기체 착륙시에 필수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2024년 12월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로컬라이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 ‘항공고시보(NOTAM)’에는 무안공항 ILS가 지난해 10월30일 오후 4시부터 2025년 4월30일 오후 3시까지 ‘U/S(Unserviceability, 사용 불가)’라고 고시돼 있습니다.
NOTAM는 조종사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 이착륙 공항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공유하는 항공정보시스템입니다.
여객기에 활주로 중심선과 활공각도 및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인 ILS의 작동 유무도 NOTAM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무안공항은 하나의 활주로를 비행 방향에 따라 북쪽으로 운영하는 01번과 남쪽으로 운영하는 19번으로 구분해 사용합니다.
ILS는 두 활주로 끝 둔덕에 각각 설치돼 있는데 모두 해당 기간에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두 활주로 모두 확장공사로 인해 ILS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용과 기간으로 봐서는 활주로 확장공사로 인한 게 맞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작동하도록 돼 있는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항 운영 시간에는 ILS가 정상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공항시설법에 나와 있다”고 말습니다.
사고기와 동일 기종을 모는 국내항공사 한 기장은 “한 개의 엔진이든, 동체착륙이든 ILS가 켜져 있었다면 활주로 접지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했을 것”이라며 “ILS는 훨씬 안전하게 착륙을 도와주는 장치”라고 했습니다.
다른 한 기장도 “사고기 이륙 시간을 보면 해당 기장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까지 근무한 상태라 피로도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선 더더욱 ILS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사고기를 몬 기장은 사고 전날인 12월28일 방콕(현지시간) 새벽 2시29분에 이륙해 무안에 오전 8시57분경에 1차 착륙을 시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고기는 당초 01번 활주로에 착륙하려 했으나 관제사와 교신한 뒤 역방향인 19번 활주로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활주로 전체 2800m의 중간 지점을 넘은 1200m에 터치다운(접지)했습니다.
이후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그대로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으며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ILS가 정상 작동했다면, 터치다운 지점을 앞당겨 착륙한 뒤 둔덕과 부딪히기 전 속도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측은 "ILS 관련해선 국토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참사를 키웠다고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은 무안공항을 드나드는 조종사도 알기 어려운 정보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항공고시보를 포함해 그 어떤 항공정보에도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이 고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다른 국가가 발간한 종합항공정보집을 포함해 항공관련 정보들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국내 공항의 위험성이나 변동사항 등을 고시해야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 관련 사전 고지 외에 다른 고지는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안공항에서 이착륙 경험이 있는 한 기장은 “무안공항 동남쪽과 서쪽에 산이 있고 현재 활주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정보 정도만 알고 있지 “ILS가 콘크리트 위에 지어졌는지는 조종사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 전국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