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고객센터 이용약관 청소년정책 개인정보처리방침 광고안내
ⓒ2025 DreamWiz
뉴스 > 종합 조문의 정치학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정치권이 제주항공 참사로 잠시나마 '조문 정국'으로 전환됐던 한 주였습니다.

아무리 큰 정치적 갈등 상황에 있다 해도 가족을 떠나 보낸 당사자의 슬픔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건데요.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방식은 하나의 메시지이자 정치행위로 해석됩니다.

정치인도 슬플 일이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눈물을 보이기 때문인데요. 정치 자체가 '감정의 영역'인 만큼 망자에 대한 예우는 뉘앙스 하나 하나가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제주항공 참사를 대하는 정치인들의 조문에 눈길이 갔던 이유입니다.

  

 

먼저 치고 나간 건 역시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이재명 대표를 따를 자가 없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12월 30일 무안을 찾은 이재명 대표는 입을 앙다문 채 유가족을 만나자마자 '90도 폴더 인사'를 한 뒤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하자 유가족들은 "신원 확인을 신속하게 해 달라"고 답했는데요. DNA 채취 등 경찰이 해야 할 과학 수사를 이재명 대표가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메모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급기야 유가족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는데요. 언론에서는 너도나도 '이재명의 눈물'로 제목을 뽑았습니다.

기사 밑에는 '악어의 눈물', '즙 짜기의 달인', '철새 도래지에 공항 세운 민주당, 발등의 불'이라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이 대표 애도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아마 무안 방문 전날 SNS에 올린 글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사고 속보가 쏟아지며 "수습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정치권 메시지가 이어지던 시점, 페이스북에 "내일을 향해 쏴라! 부치&선댄스, 국민을 향해 쏴라! 윤&한"이라고 영화를 패러디한 익살스런 문구를 게재한 건데요. 비난이 이어지자 결국 이 대표는 30여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한 뒤 당국이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해 달라는 글로 대체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한 발 늦었지만 아예 당 차원에서 합동 조문계획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이 대표가 무안을 방문한 이튿날인 31일 국민의힘이 내놓은 계획안에 따르면, 국가 애도기간 중 소속 의원 전원이 무안공항을 방문해 위문활동을 실시한다는 내용입니다.

 

세부 행동요령(?)에는 당일 조문단장과 대책위원회 간사가 상의해 유족 위문 계획을 수립(?)하고, 날짜별 편성조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작 유가족들은 여당 측의 방문을 반대한다며 물러가라고 소리치는 상황이라는데요. 국민의힘은 무안까지 가서 '강제 위로'를 하게 한후 추후 실적(?)도 점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위문과 애도조차 계획 수립과 실적으로 평가되는 정치인들의 조문. '악어의 눈물'마저 줄세우기 하는 현실 속에 진정성은 개나 주려나 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newstomato.com | 윤영혜 기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