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일본 완성차 브랜드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공식화한 가운데, 두 거대 자동차 기업의 합병이 몰고올 후폭풍에 대한 예측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선 글로벌 순위 9위인 혼다와 11위인 닛산의 결합으로 '일본판 스텔란티스'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PSA그룹과 FCA그룹의 합병으로 출범한 스텔란티스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현재까지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우치다 마코토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위한 협상에 나섰습니다.
합병은 2026년 8월까지 지주회사를 설립해 두 회사가 흡수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양 사는 내년 6월 합병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고, 2026년 지주사 편입을 위한 주식 상장 폐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경영 주도권은 혼다가 가져갑니다.
신설되는 지주회사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와 사내·사외이사도 각각 과반수를 혼다가 지명합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두 회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을 함께 개발할 계획입니다.
미베 혼다 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합병 후 매출은 30조엔 이상, 영업이익은 3조엔으로 세계를 대표하는 리딩 컴퍼니로 탈바꿈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자동차 업계의 대표적 합병 실패 사례인 일본판 스텔란티스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지난 2019년 세계 자동차 판매 8위인 PSA그룹과 9위인 FCA그룹이 50:50으로 합병해 스텔란티스가 탄생했습니다.
PSA그룹은 프랑스 자동차 회사로 푸조와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었고, FCA그룹은 2014년 합쳐진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작사입니다.
당시에도 브랜드 간 차급 중복과 판매 볼륨 겹침 등의 우려가 제기됐고, 합병 이후 실적은 하락세를 탔습니다.
합병 전인 2019년 FCA그룹과 PSA그룹의 판매 실적이 각각 420만대와 350만대로 총 770만대에 달했지만, 스텔란티스 출범 후인 2021년 판매량은 620만대로 줄었습니다.
2023년 실적은 610만대로 떨어졌고 올 3분기 들어서도 전세계 차량 판매가 20% 줄어드는 등 저조한 상황입니다.
란치아와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차종이 중복되고, FCA 내부에 '효자 모델'이 없는 점이 한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상황은 혼다와 닛산도 비슷합니다.
혼다와 닛산의 주요 판매 차종인 중형 세단 어코드(혼다)와 알티마(닛산) 등의 차급이 같다는 점에서 브랜드간 판매 견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회사는 미국 등 여러 시장에 동일한 유형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세단을 판매한다"며 "자동차 산업에서 합병과 파트너십은 성공하지 못한 역사로 점철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9위와 11위의 판매대수를 단순하게 합산해 예상하기보다는 실질적 시너지가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잘못하면 9위와 11위가 만나 평균인 10위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