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들어 정부부처 장관들에게 내려진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 달에 한번, 기자들과 모임을 하라는 건데요. 연말을 앞두고 기자단과의 송년회 또는 만찬이 부처별, 기자단별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장관별로 기자들과의 소통 방식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모 장관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덜 받으려는 포석(?)의 일환으로 프리젠테이션(PT)을 길게 준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아메리칸 스타일'로 분류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입니다.
이 총재는 식사자리에서 가급적 '음식을 즐기자'고 얘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워낙 미식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친목 도모'로 흘러간다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이 총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보이는 광폭 행보 때문입니다.
지난 5일 이 총재는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정책포럼에서 가계부채 완화 방법으로 리츠(부동산 투자회사)를 활용해 주택을 사는 ‘한국형 뉴리츠’를 제안했습니다.
한은 총재가 가계부채 완화에 부동산 이슈까지 건드리고 있는 겁니다.
앞서 이 총재는 외국인 돌봄 노동자 도입,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의 파격 발언도 한 적이 있습니다.
일각에서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덩달아 경제부총리는 뭐하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 총재의 행보 중 남다른 부분은 또 있습니다.
철저하게 경조사를 알리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한은 부총재급에만 알리고 밖으로 나갈 경우 징계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통에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고위공무원이 경조사금을 받을 경우 자칫 정치자금으로 엮일 수 있는 만큼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한 걸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총재의 파격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때마침 요동치는 정국과 맞물려서입니다.
야권의 압도적 대권주자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여권 내에서의 정권 재창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본격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은 총재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후일 도모'를 위한 빌드업은 아닐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