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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대기업 벤처투자 또 규제완화…사익편취 악용 우려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해외출자제한 규정에 이어 벤처회사 매각 문턱도 낮추는 중이라 부작용 우려가 나옵니다.

규제가 풀릴수록 기업집단 총수일가와 연결된 사익편취행위가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당초 대기업집단 내 CVC는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 내 허용해 주면서 제한적 장치를 마련해뒀습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이 미치지 못하는 규제 사각지대는 벤처투자촉진법이 막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규정을 풀어줍니다.

이 또한 정부는 국회 심의 절차를 거치치 않고 시행령 개정을 택했습니다.

 

 

갈수록 후퇴하는 CVC 사익편취 규정

 

19일 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근래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규정 해석지침을 고치고 있습니다.

CVC가 20% 내에서만 해외기업에 투자하도록 한 규정에 예외를 두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 국외창업기업에는 CVC가 제한 없이 투자하게 됩니다.

국외 창업기업은 대한민국 국민이 실질 지배력을 가지는 사업 개시 7년 이내 기업입니다.

따라서 총수일가 친인척이 국외창업기업을 설립하고 기업집단 CVC가 지원하는 형태의 사익편취 우려를 삽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조합의 투자기업 지분을 업무집행조합원의 계열회사와 벤처펀드의 주요출자자 및 그 계열회사에 매각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벤처투자조합에 불리한 조건으로 매각하는 경우는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정부는 이달 18일까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습니다.

이 역시 사익편취 가능성을 차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정거래법은 2020년 12월 개정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금산분리 완화)하면서 행위제한 규정(법률 제20조)을 뒀습니다.

그중엔 일반지주회사가 CVC 주식총수를 소유해야 하고, 투자조합 설립 시엔 ▲소속 기업집단 회사 아닌 자가 출자금 총액 40% 초과해 출자 ▲소속 집단 회사 중 금융업 또는 보험업체가 출자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친족에 한함) 출자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대기업집단 내 일반지주회사가 있고 그 체제 안의 CVC만 규제합니다.

그 외 지주회사 체제 밖이나 비지주집단 내 CVC는 규제받지 않습니다.

대신 이들 CVC는 벤처투자촉진법이 규제해왔습니다.

 

벤처투자촉진법은 업무집행조합원이나 그의 임직원 배우자, 그의 주요주주와 배우자, 그의 계열회사 등 매각 또는 주식 매입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를 풀어주는 게 이번 시행령 개정안 골자입니다.

그러면 지주집단 내 CVC는 공정거래법으로 규제되더라도 그 외 유형은 모두 벤처회사 매각이 수월해집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지주집단 내 CVC를 보유한 집단은 포스코, GS(지에스벤처스), CJ, 두산, 효성, 세아, LX, 동원이 있습니다.

지주집단이지만 체제 밖에 CVC를 둔 집단은 롯데, GS(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신세계, 코오롱, OCI, 에코프로, DN, 농심, 원익이 있습니다.

또 비지주집단 내 CVC를 보유한 사례는 국내 가장 규모가 큰 삼성벤처투자를 비롯해 KT, 카카오, 미래에셋, 네이버, 호반건설, 다움키움, 삼천리, 크래프톤, 현대해상화재보험, 유진 기업집단에서 확인됩니다.

 

대기업집단 금산분리도 유명무실화

 

일례로 코오롱그룹 내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지주 체제 밖에 존재해 공정거래법상 CVC 규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벤처투자촉진법으로 특수관계인향 (CVC가 투자한) 벤처회사의 엑시트 매각이 금지돼 왔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집니다.

코오롱인베스트는 기업집단 소속 국외 계열사인 코오롱차이나컴퍼니가 90.36% 우회출자(공정거래법 행위제한 규정 제외)하고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동일인)도 9.64%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또다른 기업집단 지주 체제 밖 CVC인 롯데벤처스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19.99%, 호텔롯데가 39.97%를 보유 중입니다.

롯데벤처스가 올들어 투자한 벤처투자 목적의 펀드엔 롯데웰푸드, 롯데지알에스,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들이 출자했습니다.

 

GS집단 지주 체제 밖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는 허창수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23.64% 지분을 가진 GS건설이 100% 소유주입니다.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벤처투자조합에도 GS건설이 꾸준히 출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CVC를 지주 체제 안에 편입하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지분을 처분해야 합니다.

정부가 지배구조 선진화 취지로 체제 편입을 유도해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정거래법을 빠져 나간 사례들은 벤처투자촉진법마저 풀리면 그만큼 규제 밖의 부작용 유인이 생깁니다.

 

전날 경제개혁연대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내면서 “벤처투자회사의 엑시트 다양화 취지는 인정하나 사익편취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에 특수관계인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20% 이상 소유 회사에 매각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연대는 “공정거래법과 벤처투자법은 공통적으로 벤처투자조합의 이익이 그의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전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벤처투자조합의 투자기업 지분을 매각할 대상으로 업무집행조합원의 계열회사와 주요출자자 및 그 계열회사까지 확대하면서, 그 대상이 벤처투자조합의 특수관계인(공정거래법상 동일인 및 그의 친족에 해당하는 특수관계인을 의미)인지 여부에 따른 구분은 별도로 두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연대는 “비록 개정안에서 벤처투자조합에 불리한 조건으로 매각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불리한 조건’이라는 추상적인 규정만으로 특수관계인의 개인회사에 벤처투자조합의 투자기업 지분을 헐값 매각하는 것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국내 벤처캐피탈 359개사 중 CVC는 98개사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지주회사가 소유한 CVC는 13개에 불과합니다.

규제망을 우회하며 기업집단이 소유하는 CVC가 많아 규제를 더 풀어주면 부작용도 클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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