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도 눈치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언제 노랗게, 빨갛게 물들지 모를 단풍시기를 맞추는 일인데요. 10월의 막바지를 달려가는 지금까지도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은 없네요.
하늘공원 억새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예년 정보를 바탕으로 여행 계획을 세운 관광객들은 지난주와 이번 주 연속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예년에는 이맘때 알록달록한 잎들이 사진 찍히느라 바빴다면 이번에는 아직도 초록 잎이 무성한데요. 늦가을까지 이어진 폭염 탓이라고 합니다.
단풍은 최저기온이 영상 5℃ 이하로 내려가야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옷을 갈아입는데요. 올해도 지난해처럼 더운 가을이 지속된 데다 기온이 오락가락하며 단풍이 들 타이밍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입니다.
지난달 추석에도 반팔입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가을이 아직 옷을 갈아입지 못한 이유를 알 법도 합니다.
매년 가을이면 명소로 꼽히는 곳을 방문하려는 관람객들 사이에선 방문시기를 놓고 토론이 벌어질 정도인데요. 단풍이 가장 절정인 시기에 방문하려고 하다 보니 온라인에서 실시간 사진을 찾아보는 일도 일상이 됐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해 사진을 올해 사진으로 오인해 방문한 이들이 허탈한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도 잦아, 단풍 사진을 보고 올해 사진이 맞느냐고 묻는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엔 경기 광주에 위치한 화담숲 가을 단풍 축제 티켓팅이 진행됐는데요. 정각에 접속했지만 만명의 대기자와 마주했습니다.
1시간 이상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두고 산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접속했지만 단풍이 절정일 것 같은 시기를 모두가 다함께 노리는 바람에 매진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들에게 질세라 저도 매진이 많은 날짜에 베팅을 걸었고, 여러 번의 튕김 끝에 겨우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매진이 됐던 날 중에는 10월 마지막 주 주말도 있었는데요. 예년이라면 충분히 단풍 절정이 예상되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치열한 티켓팅의 보람도 없이 그들은 초록 잎만 감상하고 돌아왔을 것 같네요. 점차 늦어지고 짧아지는 단풍에 베팅을 걸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을에 단풍보다는 억새를 구경하는 안정적입니다.
지난주까지 진행된 하늘공원 억새축제에는 억새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더군요. 각종 체험축제도 함께 진행해 매년 축제가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억새와 함께 코스모스도 활짝 펴 가을정취를 가득 전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대로 된 단풍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이제는 단풍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또 걱정이 듭니다.
11월 초로 예약해둔 화담숲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