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긴장되던 분위기만 희미하게 기억날 뿐입니다.
온 힘을 다해 본 시험은 여느 시험과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능 성적표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한 후 지금까지 왔는데요. 수능을 보던 고3이 예상하던 미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려본 적은 없었지만 경제지 기자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정치, 경제보다 스포츠를 좋아했고 영화나 소설,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숫자에는 취약했던 터라 금융, 증권 분야는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금융과 자본시장, 정책금융기관을 취재하는 기자가 제 명함이 됐습니다.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글을 쓰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흥미를 가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입처를 취재하다보니 관심도 없고 어려웠던 분야에 흥미도 생겼습니다.
오늘 열심히 수능을 본 고3 학생들도 예상치 못한 미래를 만나게 될 지 모릅니다.
앞에 주어진 기회를 잡느냐, 잡지 않느냐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수능 시험일 전후로 수험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는 매년 볼 수 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부담의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수능이 아니라 수능 이후 10년이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 이런 말을 건내기 어렵습니다.
시간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위로는 '꼰대'들이 말하는 잔소리로 들릴 겁니다.
고3들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먼저 사회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변해야 합니다.
가볍게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라고 위로를 던지는 게 아닌, 진짜 전부가 아닌 사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매년 수능일 찾아보는 영상이 있습니다.
EBS에서 만든 지식채널e 영상인데요. 아일랜드 전환학년 제도를 소개합니다.
아일랜드는 중학교 과정이 끝난 학생들에게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1년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기업, 대학, 봉사단체, 지역 가게 등은 학생들에게 체험의 장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도 자유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1 학생들이 대상입니다.
아일랜드와 같이 중3과 고1 학생에게 1년을 선물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대학 입시,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면, 꼰대들부터 먼저 진심으로 수능을 전부가 아닌,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면 안될까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경기도 수원시 동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