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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한동훈 모욕만…김건희, 여전히 '신성불가침'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남이 역시나 성과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앉았지만 '김건희 여사'는 여전히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란 사실만 재확인됐는데요. 당대표 취임 이후 끈질기게 독대를 요청해왔던 한 대표만 민망한 상황이 됐습니다.

회담의 내용은 고사하고 의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모습에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22일 오후 10·16 보궐선거 당선 인사를 위해 인천 강화풍물시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의 이름을 참 좋아한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는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

우리는 국민의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자리를 떴는데요. 윤석열 대통령과의 '빈손 회담' 이후 첫 공식 석상에서도 입버릇처럼 되뇌던 '국민'을 소환한 것입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을 방문, 10·16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용철 강화군수와 함께 시민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8라인 실명 언급하자…용산, 이기정 '사진' 맞불

 

전날 오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81분간의 면담을 가졌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나는 '독대' 형식을 바랐지만 대통령실이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한다'는 이유를 들어 정진석 비서실장도 배석하는 '3자 회담' 형태로 진행이 됐는데요. 면담에 앞서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 적극 협조 등의 내용은 사실상 모두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전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인적쇄신 요구와 관련해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말해줘야 조치를 할 것"이라 말했다고 확인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한 대표가)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합니다.

 

 

특히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거론되는 인사 8명의 실명을 언급하면서까지 인적 쇄신을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면서 한 대표의 요구를 일축했다고 하는데요. 대통령실이 김 여사 라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이기정 의전비서관이 등장하는 사진을 공개한 점 역시 한 대표의 뜻을 들어줄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에 대해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의전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을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하니 더 자제하려 한다" 말했다 합니다.

 

 

야당이 재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의혹이 있으면 막연히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 흠이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제기만으로 안 된다"며 "대통령이 입장을 내면 당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답정너' 행보에 적잖이 실망한 듯합니다.

당초 회담을 마친 후 국회로 돌아와 직접 브리핑을 하려 했던 한 대표는 곧장 자택으로 향했는데요. 한 대표를 대신해 브리핑에 나선 박정하 비서실장은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등을 충분히 말씀드렸다" 정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박수영 의원 주최 국회 세미나 참석 일정도 돌연 취소했습니다.

친한계 의원들과의 단체 소통방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자신과 회동한 후 추경호 원내대표와 만찬을 했다더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자신과의 회동 후 친윤(친윤석열)계 추 원내대표를 만난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의도에서 국회의원들과 만찬 이후 연락이 있어서 제가 잠시 갔던 것"이라며 "그런 경우는 통상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대통령 상황 인식 안일…갑갑하다"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회담 결과에 친한계 의원들은 성토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별로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고 전날의 회담을 평가했는데요. 

 

김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이 정권 출범 이후부터 2년 반씩이나 계속 블랙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하고 의정갈등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선거에서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현 시국을 짚었습니다.

이어 "앞으로 2년 반도 이런 식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그런 다짐들을 위해 대통령을 만나 뵌 것인데 대통령실은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우려했는데요.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의 반응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한동훈 대표도 굉장히 씁쓸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회담 장소에 도착하면서 한 대표를 25분가량 밖에 세워두는 등 의전도 소홀히 했다는 점에 비판의 날을 세웠는데요.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마치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면담과 비교해보면 너무 차이가 난다.

자기 당의 대표인데 그런 의전은 너무 심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동훈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며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실린 그 한 장의 사진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총평했습니다.

 

 

이어 그는 "인사권이 고유권한이라 해도 의견 개진조차 하면 안 되는 고유권한이라고 이해하지는 않는다"며 "그건 절대왕정 시대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는데요. 신 부총장은 "저희들이 이 상황에서 또 뭔가 해 나가야 되는데 사실 갑갑하다"며 "민심을 받드는 거다 생각해서 온 거니 가던 길을 계속 가야 된다.

앞으로 어떤 속도로 가야 될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야 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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