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명부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에 실패하면서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존에 형제 진영 우세였던 이사회 구도가 깨지고 형제 측과 3자 연합이 5대5 동률로 이사회가 재편됐습니다.
3자 연합은 정관 변경 안건을 내세워 지주사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지만 부결됐습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리한 형제 진영 인사가 5명, 3자 연합 측 이사 4명으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이날 신동국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균형추가 맞춰졌습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주주 분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그동안 계속 회사를 흔들어 댔던 일부 대주주 및 세력의 이사회 증원을 통한 경영권 장악시도를 막아낼 수 있었다"며 "이사회가 5대5 동수로 재편됐지만 이사님들도 회사의 미래와 발전을 고려해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임시 주총에는 경영권 분쟁 당사자 중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만 참석했습니다.
임종훈 대표이사는 오전 9시40분 경 임시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임종윤 사내이사와 3자 연합 측은 의결권을 위임하고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주총은 시작 전부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한 형제 측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며 공방을 이어 갔는데요.
3자 연합 측이 불참한 것은 임시 주총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임종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 측 지분율은 25.6%, 3자 연합 측 지분율은 33.78%로 표 대결에서 3자 연합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3자 연합에 우호적이었던 가현문화재단 및 임성기재단 지분 8.09%를 확보하고 6.0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중립 의견을 표명했는데요. 양측의 표 차이는 약 16.27%p로 벌어졌지만, 핵심 안건인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될 수 있는 66.6% 찬성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소액주주의 표심에 명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임시 주총이 열렸습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임시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위임장 집계 과정이 늦어져 개회가 4시간 30분 가까이 지연됐습니다.
결국 오후 2시30분쯤에야 개회를 선언하고 안건 표결에 들어갔습니다.
임시 주총 안건은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과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 자본준비금 감액 건 등이었습니다.
핵심은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정관 변경 안건 통과 여부였습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형제 측 5명, 3자 연합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신동국, 임주현 이사가 모두 선임되면 6대 5로 3자 연합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죠.
결과는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돼 3자 연합과 형제 진영이 5대 5 동수로 지주사 이사회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임주현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했지만 신동국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합류했습니다.
3인 연합 측 이사회 구성원은 송영숙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이고, 형제 측은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와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입니다.
이로써 양측의 대립 구도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앞으로 한미그룹은 형제 진영과 3자 연합이 계열사의 주요 사안마다 충돌하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굳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장 2027년 임기 수행을 못 박은 임종훈 대표이사가 다음 달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형제 측 인사를 한미약품 이사회에 포진시키기 위해 치열한 물밑 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임시주총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이사회가 동수로 재편됐는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발전을 이끌고, 다음 달 19일에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사옥(사진=한미약품그룹 제공)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