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2월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새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발탁한 허버트 맥마스터 육군 중장(왼쪽), 키스 켈로그 국가안보 보좌관 대행과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각종 정책에서 '바이든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활동할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경제와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뒤엎겠다는 의도가 뚜렷한데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를 전담할 특사로 지명한 것도 '바이든 지우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켈로그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했다.
우리는 함께 힘을 통한 평화를 확보하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지명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우크라 특사에…"전쟁 지원 중단" 켈로그 지명
1944년생인 켈로그 지명자는 베트남전쟁 참전 이력이 있는 퇴역 육군 중장 출신으로, 트럼프 집권 1기 때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과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습니다.
이후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의 미국안보센터장을 맡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고문 역할을 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자리를 신설하면서 켈로그 지명자를 발탁한 것은 대선 공약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했는데요. 그는 자신이 승리하면 취임 첫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조기 종전을 위해 현재 전선 기준으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내주는 방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켈로그 지명자가 지난 4월 공동 집필한 보고서엔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토를 전부 돌려받지 못하는 협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이 그만 죽길 바란다'는 트럼프의 말과 우리의 견해가 같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켈로그 지명자는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 협상에 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기도 한데요. 이는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 나섰던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른 기조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남은 두 달간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요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최근에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이어 대인지뢰 제공을 결정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를 위한 7억2500만달러(약 1조120억원) 규모의 무기 패키지를 준비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 부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암호화폐 활성화, 환경규제 철폐,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글로벌 동맹파트너십 재고 등 여러 부분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지우기가 본격화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 맞췄는데…딜레마 커진 윤석열정부
임기 전반기 동안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윤석열정부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인데요. 특히 외교 정책에서 '트럼프 변수'로 인한 딜레마가 더욱 커졌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윤석열정부는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에 발 맞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는데요.
임기 전반기 가장 큰 성과로 꼽혔던 한·미 동맹 강화, 자유민주주의 진영 연대 등 윤석열정부의 외교 기조는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윤석열정부의 북·러 협력 대응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 서방 우방국들과의 공조에 상대적으로 쏠려 있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집권기 땐 이러한 외교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될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무기 지원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최근 바뀐 상황을 보여줬는데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기조와는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둘 경우 향후 트럼프 집권 때 대미 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무기 지원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딜레마'에 빠진 양상입니다.
결국 현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유지하되 중국과 접점을 찾으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됐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