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윤우 대한약품 회장. 1944년생으로 올해 나이 만 80세입니다.
이인실 창업주가 대한약품을 설립했고 그의 아들 이윤우 회장이 지난해까지 현업에서 일하며 사세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2001년부터 대한약품에서 일하고 있는 손자 이승영 씨가 물려받을 차례입니다.
이윤우 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이승영 대표에게 넘겼습니다.
이윤우 회장 (사진=대한약품 홈페이지)
이 회장으로선 아들을 대표이사에 올렸으니 형식적인 승계는 마친 셈입니다.
다만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자신의 대한약품 보유 주식도 물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윤우 회장은 현재 대한약품의 최대주주입니다.
보유주식 144만8943주, 지분율로는 24.15%에 달합니다.
아들 이승영 대표도 몇 년째 거의 매달 주식을 사 모으며 지분 변동 공시를 올리고 있지만, 월급 받아서 매수를 하는지 늘어나는 수량이 적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모은 덕분에 5%를 넘기긴 했습니다.
현재 6.35%입니다.
부모는 줄이고 자녀는 늘이는 게 일반적인데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 물려받을 자식은 주식을 모으고 최대주주는 줄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식을 직접 증여하든 중간에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 발행해 주식을 싸게 확보하는 꼼수를 쓰든, 부모는 줄이고 자식은 늘려갑니다.
승계를 위해 회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비율로 쪼갰다가 합쳤다가를 반복하느라 일반 주주들에게 손가락질 받기도 합니다.
이승영 대표 역시 느리긴 해도 거의 매달 주식을 매수해, 지분 승계를 장기간 준비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이윤우 회장이 본인 명의로 자사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수백, 수천주씩 아들보다 많이 계속해서 삽니다.
경영에서 물러난 팔순의 회장님이 왜 주식을 살까요? 나중에 주식지분을 물려줄 때 증여세든 상속세든 더 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만의 하나,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 전임 대표가 사재를 들여 매수하는 것이라면 보기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겠죠.
이 회장이 뒤늦게 주식 매수에 뛰어든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상속과 경영권 강화에 더 유리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럴 수 있는 배경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한약품, 가업상속공제요건 너끈히 통과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기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증여세 때문에 가업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상속·증여세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혜택을 적용합니다.
구체적으로 피상속인(물려주는 사람)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물려받는 사람)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적용합니다.
공제금액은 가업상속재산의 100%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18조에 따르면, 공제한도는 피상속인이 경영한 기간에 따라 △10년 이상 경영했으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입니다.
이윤우 회장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약사로 일하다 1969년에 대한약품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지난해 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물러났습니다.
그러니까 대한약품에 적을 둔 기간이 50년을 훌쩍 넘어 최대 공제한도 600억원 기준에 너끈히 해당됩니다.
또 다른 기준으론, 피상속인의 주식 보유 기준은 피상속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등이 40% 이상의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장법인은 20%면 되기 때문에 이것도 문제가 없습니다.
대표이사 재직 요건도 있는데요.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됩니다.
가업 영위 기간의 50% 이상 재직했거나. 10년 이상 대표로 있었거나,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중 5년 이상 대표로 재직했거나 셋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되는데 이 회장은 모두 해당됩니다.
상속인인 이승영 대표도 ‘10세 이상으로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요건을 맞춰야 합니다만, 2001년에 대한약품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습니다.
다만 대한약품은 중소·벤처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에 속하는데요. 가업이 중견기업에 해당할 경우, 가업상속재산 외 나머지 상속재산이 해당 상속인이 상속세로 낼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추가 조항이 있습니다.
이윤우 회장의 개인자산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당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최근 사재를 털어 주식을 사고 있으니 상속재산 외에 물려줄 자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을 겁니다.
만년 저평가가 좋은 공제혜택?
이윤우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27일 대한약품 주가 기준으로 약 386억원입니다.
공제한도가 600억원이므로 더 많은 주식을 물려줘도 괜찮습니다.
대한약품으로선 상속세 걱정 없이 3대 승계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개인 보유 자산이 더 있다면 주식을 더 모아서 상속해도 전액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유 현금이 부족해 월급을 받아 주식을 사는 아들이 지분을 모으는 것보다, 아버지가 더 사서 물려주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한약품은 국내 3대 수액 제조공급업체 중 한 곳입니다.
수액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실적이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늘 고만고만하지만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가는 실적 대비 항상 저평가 상태입니다.
3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금융자산만 1100억원이 넘는데도 시가총액은 1600억원도 되지 않습니다.
최대주주로선 최대한 많은 주식을 승계하고픈 마음이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주식을 모아야 합니다.
이들에겐 주가가 오르지 않는 지금 상황이 싫지 않겠죠.
일반적인 상속·증여이든 가업상속제도를 활용하든, 최대주주에겐 주가가 만년 저평가도 나쁘지 않겠지만 나머지 절대다수의 주주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테면 상속공제 조건에 주주환원 등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거나, 10년간 주가상승률과 배당률을 더한 값의 최저기준선을 만들거나요.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newstomato.com | 김창경 기자
이인실 창업주가 대한약품을 설립했고 그의 아들 이윤우 회장이 지난해까지 현업에서 일하며 사세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2001년부터 대한약품에서 일하고 있는 손자 이승영 씨가 물려받을 차례입니다.
이윤우 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이승영 대표에게 넘겼습니다.
이윤우 회장 (사진=대한약품 홈페이지)
이 회장으로선 아들을 대표이사에 올렸으니 형식적인 승계는 마친 셈입니다.
다만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자신의 대한약품 보유 주식도 물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윤우 회장은 현재 대한약품의 최대주주입니다.
보유주식 144만8943주, 지분율로는 24.15%에 달합니다.
아들 이승영 대표도 몇 년째 거의 매달 주식을 사 모으며 지분 변동 공시를 올리고 있지만, 월급 받아서 매수를 하는지 늘어나는 수량이 적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모은 덕분에 5%를 넘기긴 했습니다.
현재 6.35%입니다.
부모는 줄이고 자녀는 늘이는 게 일반적인데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 물려받을 자식은 주식을 모으고 최대주주는 줄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식을 직접 증여하든 중간에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 발행해 주식을 싸게 확보하는 꼼수를 쓰든, 부모는 줄이고 자식은 늘려갑니다.
승계를 위해 회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비율로 쪼갰다가 합쳤다가를 반복하느라 일반 주주들에게 손가락질 받기도 합니다.
이승영 대표 역시 느리긴 해도 거의 매달 주식을 매수해, 지분 승계를 장기간 준비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이윤우 회장이 본인 명의로 자사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수백, 수천주씩 아들보다 많이 계속해서 삽니다.
경영에서 물러난 팔순의 회장님이 왜 주식을 살까요? 나중에 주식지분을 물려줄 때 증여세든 상속세든 더 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만의 하나,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 전임 대표가 사재를 들여 매수하는 것이라면 보기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겠죠.
이 회장이 뒤늦게 주식 매수에 뛰어든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상속과 경영권 강화에 더 유리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럴 수 있는 배경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한약품, 가업상속공제요건 너끈히 통과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기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증여세 때문에 가업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상속·증여세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혜택을 적용합니다.
구체적으로 피상속인(물려주는 사람)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물려받는 사람)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적용합니다.
공제금액은 가업상속재산의 100%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18조에 따르면, 공제한도는 피상속인이 경영한 기간에 따라 △10년 이상 경영했으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입니다.
이윤우 회장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약사로 일하다 1969년에 대한약품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지난해 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물러났습니다.
그러니까 대한약품에 적을 둔 기간이 50년을 훌쩍 넘어 최대 공제한도 600억원 기준에 너끈히 해당됩니다.
또 다른 기준으론, 피상속인의 주식 보유 기준은 피상속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등이 40% 이상의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장법인은 20%면 되기 때문에 이것도 문제가 없습니다.
대표이사 재직 요건도 있는데요.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됩니다.
가업 영위 기간의 50% 이상 재직했거나. 10년 이상 대표로 있었거나,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중 5년 이상 대표로 재직했거나 셋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되는데 이 회장은 모두 해당됩니다.
상속인인 이승영 대표도 ‘10세 이상으로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요건을 맞춰야 합니다만, 2001년에 대한약품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습니다.
다만 대한약품은 중소·벤처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에 속하는데요. 가업이 중견기업에 해당할 경우, 가업상속재산 외 나머지 상속재산이 해당 상속인이 상속세로 낼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추가 조항이 있습니다.
이윤우 회장의 개인자산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당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최근 사재를 털어 주식을 사고 있으니 상속재산 외에 물려줄 자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을 겁니다.
만년 저평가가 좋은 공제혜택?
이윤우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27일 대한약품 주가 기준으로 약 386억원입니다.
공제한도가 600억원이므로 더 많은 주식을 물려줘도 괜찮습니다.
대한약품으로선 상속세 걱정 없이 3대 승계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개인 보유 자산이 더 있다면 주식을 더 모아서 상속해도 전액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유 현금이 부족해 월급을 받아 주식을 사는 아들이 지분을 모으는 것보다, 아버지가 더 사서 물려주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한약품은 국내 3대 수액 제조공급업체 중 한 곳입니다.
수액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실적이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늘 고만고만하지만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가는 실적 대비 항상 저평가 상태입니다.
3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금융자산만 1100억원이 넘는데도 시가총액은 1600억원도 되지 않습니다.
최대주주로선 최대한 많은 주식을 승계하고픈 마음이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주식을 모아야 합니다.
이들에겐 주가가 오르지 않는 지금 상황이 싫지 않겠죠.
일반적인 상속·증여이든 가업상속제도를 활용하든, 최대주주에겐 주가가 만년 저평가도 나쁘지 않겠지만 나머지 절대다수의 주주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테면 상속공제 조건에 주주환원 등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거나, 10년간 주가상승률과 배당률을 더한 값의 최저기준선을 만들거나요.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