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 지지자들) 군단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견·중소기업'이 초긴장에 빠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이 더 혹독한 경제 한파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중견기업 10곳 중 8곳도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중 핵심 요인은 '관세 정책'으로 꼽았는데요. 이를 위해 정부가 경제안보 차원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특히 수출의 비중이 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등의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나왔습니다.
정부 역시 이런 국제적 변화와 흐름에 맞춰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 더 '혹독한 한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28일 '미국 대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중견기업계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총 237개 기업을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했는데요.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76.4%는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예측했습니다.
반면 축소(13.5%)와 현상 유지(10.1%)는 10%대에 머물렀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요인(복수응답)으로 꼽은 것 중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가 43.9%로 나타났고, 그다음은 고강도 관세정책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35.9%), 중국 통제 강화에 따른 한국 기업의 리스크 증가(13.3%)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따른 중견기업계의 우선 대응책으로는 '환율변동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가 31.7%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최근 미국 대선 후 가파르게 오른 환율 변동 요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안보 차원의 핵심산업 경쟁력 강화'(20.9%)와 '국내 산업 보호 및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한 정책 마련'(17.3%), '환율 변동성에 따른 정부차원의 실물경제 건전성 유지'(16.7%) 등을 꼽았습니다.
중견련은 "제2의 수출국이자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미국의 경제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인력과 자본투자, 무역과 안보 등 다방면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천명한 대로 보편 관세 등의 정책이 추진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실질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8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재한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우리의 통상정책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중국 의존도 줄이고 수출전략 재편해야"
전문가들도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기업은 해외 사무실도 있고, 대응할 글로벌 통상 조직이 있지만, 그 이하 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며 "각자도생으로 대응하게 되면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중견련 차원이나 산업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견기업보다 작은 중소기업도 발등이 불이 떨어졌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7일 '트럼프 2기 행정부 대비 중소기업 지원 TF'를 발족했습니다.
수출·생산 애로 등 국내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대응 방안으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 촉진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온라인 수출 활성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서울 서초구에서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 신행정부가 의회 장악 등을 바탕으로 과거보다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통상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 기민한 대응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불확실성은 커지겠지만,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관세를 높게 물릴 수 없는 것은 이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은 어려움이 크겠지만, 국내 기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전략을 다변화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