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거복지를 위해 설립된 주택정책금융기관이 '국민 불신'에 휩싸였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이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0일간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에 가입한 패널 대한민국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866명(가중 사례 수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금융기관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기관(중복 선택)'에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2위로 지목됐습니다.
대부분 연령층이 주금공과 HUG 중 한 곳을 국민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기관에 꼽았습니다.
'불통 기관' 1위인 주금공(26.0%)과 2위인 HUG(22.8%) 응답을 더하면 전체 응답(200%) 가운데 4분의 1에 달합니다.
특히 결혼, 출산과 직결된 30대와 퇴직을 앞둔 5060세대는 두 기관 모두를 '불통 기관'이라고 택했습니다.
권역별로는 전세 사기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인 △서울(주금공 24.3%, HUG 20.5%) △인천·경기(주금공 25.5%, HUG 24.4%) △대전·충청·세종(주금공 39.4%, HUG 36.4%)에서 두 기관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업무 수행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주택정책금융기관인 주금공과 HUG가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금융 운용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9.4%가 '시행착오만 거듭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업무와 역할 기능을 상실했다'는 19.9%로 조사됐습니다.
'제대로 잘 하고 있다'는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이들은 11.2%뿐입니다.
대전·충청·세종 지역의 '시행착오만 거듭' 응답률은 58.8%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고, 강원·제주 지역에선 '제대로 잘하고 있음' 응답률이 0%를 기록했습니다.
주금공과 HUG를 국민과 불통 기관으로 택한 응답자들의 평가는 더 냉혹합니다.
이들이 주금공과 HUG에 대해 '시행착오만 거듭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8.5%, 47.7%입니다.
전체 응답(39.4%)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과 주택 관련 정책정책금융기관을 이용했을 때 가장 불편한 사항에 대한 질문에 '기관 중심 업무 처리'라고 응답한 비율은 주금공 42.5%, HUG 33.5%로 해당 질문에 관한 전체 응답(29.3%) 대비 13.2%포인트(p), 4.2%p씩 높았습니다.
설문 문항끼리 연관성이 100% 담보되지는 않지만, 주택정책금융기관이 '불통'이라 느끼는 이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배광환 한국사회주택협회 기금위원은 "최근 HUG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1심 패소 이후 굳이 항소해 2심 재판에서 이기는 등 법적 다툼을 벌인 데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기관장이 나와 면피용으로 기관 입장만 대변하지 않았냐"며 "이런 주택정책금융기관 행태가 국민 여론에 다 반영되는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어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급증하는 전세 사기나 무주택 서민을 위한 디딤돌 대출 등 정책 자금 공급 방향에 있어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갈팡질팡하니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주금공, HUG 등은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피해를 입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특유의 경직된 관직 문화 속 갑질만 하고 있으니 국민 입장에선 답답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소통의 기반은 '신뢰'입니다.
신뢰는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순간 신뢰는 깨집니다.
주택정책금융기관이 국민들로부터 '불통 기관'에 꼽힌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급증한 전세 사기 여파로 청년층 주거 불안이 지속되고, 저출생 고령화가 급속도로 빨라지는 가운데 '노후 안전판'이라 불리는 주택연금마저 취약계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게 당연시되어온 우리나라의 치부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 불통' 기관이란 불명예를 안은 주금공과 HUG는 이제 변해야 합니다.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로부터 질타 받은 내용을 정리하고 이행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올해 8월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