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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토마토칼럼)'얼죽신'이 뭐길래


신축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죠. 예전에도 신축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에 더 심해졌습니다.

최근 신고가 거래 역시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신축아파트가 주도하고 있죠. 최근 1년간 5년 이하 신축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20년을 초과한 구축아파트보다 2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준공 연령과 아파트값이 서로 반비례하고 있는데요. 과거 재건축과 재개발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축아파트가 가격 오름세를 주도했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죠. 오죽하면 '얼어 죽어도 신축 주택(얼죽신)'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요. 

 

신축아파트 인기가 올라간 이유는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린 후 출생한 현재의 30대 청년층이 주택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세대는 신축 선호현상이 윗세대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데요. 윗세대의 소위 '몸테크'(몸으로 때우는 집테크,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 등을 통한 가치 상승 기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건축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구축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추가분담금이 예상보다 훨씬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자 차라리 신축아파트를 사자는 심리가 확산한 점도 주효했습니다.

실제 9월 기준 서울의 3.3㎡당 분양가는 4424만원으로 전용 59㎡(공급 25평) 11억원, 전용 84㎡(공급 34평) 15억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신규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인허가물량 감소를 고려하면 향후 5년까지도 입주 물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면서 신축아파트의 희소성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단군 이래 재무지능이 가장 높다는 MZ세대가 신축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서울 신축아파트에 입성하느냐가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신축아파트 가격은 열심히 일해서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버렸는데요. 요새 지은 대단지 아파트에 가보면 유럽 중세 시대의 성(城)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부동산 양극화는 지역, 주택 규모 등을 넘어서 신축과 구축으로까지 진화하고 있습니다.

정규분포를 그리며, 중위치 또는 최빈치의 의미가 있는 대푯값인 평균의 의미가 퇴색하고, 두 그룹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불공정한 청약제도와 높은 분양가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양극화로 인한 계급이 굳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듭니다.

 

소비 활동이 왕성해야 할 30, 40대 청장년층이 끝없이 오르는 집값에 불안을 느껴 '영끌'로 집을 장만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들은 엄청난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든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써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면서 여윳돈이 점점 사라지는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죠. 2009년 뒤늦게 아파트 영끌 추격매수 한 사람들이 1~2년간 버티다 무너지기 시작한 게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를 촉발했는데요. 또 다른 하우스푸어 사태가 나올까 우려됩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newstomato.com | 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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