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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북·러동맹이 한·중 협력 정상화 계기 될 수 있을까


러시아 독립 언론이 공개한 파병 북한군 추정 동영상 캡처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에 사실상 군사동맹을 복원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연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최근 북한군이 대규모 파병에 나섰습니다.

냉전이 해체되던 1990년에 한·러가 수교하면서 소원해졌던 북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대삼아 확고한 군사동맹으로 전 세계에 등장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북·중·러 연대에서 중국을 분리해 한·중 협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러 동맹을 탐탁 잖게 생각하는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두고 있는 국면을 활용해 중국을 떼 내자는 겁니다.

 

북·중 이상기류?…"미 CIA 국장, 북·러 밀착에 중 동요 바이든에 기밀보고"

 

올해 들어 북·중 간에는 2018년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밀착국면과는 다른 양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중국 다롄에서 같이 산책한 것을 기념한 '발자국 동판'이 사라졌고, 북한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출국하도록 했다는 기사와 김 위원장이 주중 북한 외교관들에게 "중국 눈치를 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달 6일 북·중수교 75주년 기념 축전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관용구였던 '친애하는', '존경하는', '피로써 지켜낸 사회주의' 표현도 쓰지 않았고, 10일 평양에서 한 당 창건 79주년 기념식에서 러시아 대사는 '국가수반의 개인 초청 손님'으로 언급하면서 각별하게 챙긴 데 비해 중국 대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에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도 수교 75주년 올해는 개통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감감무소식입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6월 비밀 중국 방문 뒤 군사협력 강화 등 북러 밀착에 중국이 동요하고 있다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밀보고 했다는 내용을,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최근 출간한 '전쟁'(War)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정재호 주중대사 "내년 시진핑 한국행 불발? 상상하기 어렵다" 호언까지

 

그래서 이런 국면을 활용해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6월 차관급 한·중 외교안보대화(2+2), 7월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성사를 지자체간 교류 활성화 등으로 다변화해 한·중관계를 심화시키자는 구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재호 주중대사는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열리고 여기에는 주로 시 주석이 참석해 왔기 때문에 (방한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 측이 지난 4년여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시 주석 방한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내비친 사실을 들어 "중국 측이 여러 번 얘기한 만큼, 그 약속조차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대사직 퇴임 직전에 한 발언이라고 해도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한국에 지극히 긍정적인 것이지만, 우리 바람처럼 될 수 있을까요? 중국을 북한과 러시아에서 이격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성 있는 구상일까요?

 

이명박정부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장 출신인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7월 말 "이번 (6월 북·러)조약이 북한의 급격한 러시아 경사와 북·중 관계 이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러 밀착관계와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함축성' 논문)

 

북한과 중국 관계는 1949년 10월 수교 이래, 아니 그 이전 1945년 일제 패망에 이은 국-공 내전기부터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관계 틀 안에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력, 중국의 8% 수준…지난해 북한 교역 중 중국 비중 98.3%

 

러시아는 북한이 부족한 첨단 무기 등 군사 분야 지원과 식량, 에너지를 공급할 능력은 있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러시아의 경제력은 중국의 8% 수준에 불과한데요. 제조업이 아니라 천연가스와 원유 등 자원 채굴로 경제를 유지해 "국가를 가장한 주유소"라는 비아냥까지 듣습니다.

북한의 장기적 경제부흥 측면에서 보면 중국과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북한 전체 교역에서 중국 비중은 2022년 96.7%, 지난해 98.3%입니다.

가뜩이나 절대 의존 상태인데 거기서 1.6%포인트 더 늘어난 겁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어떻습니까? 시진핑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공화국 카잔에서 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했습니다.

지난 7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 정상회담에 이어 불과 석 달 만인데요,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감안하면 올해만 세 번째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2022년부터 따지면 총 7번이나 회담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시 주석과 만난 건 '25분 회담'과 '3분 환담'이 전부입니다.

한·중관계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일 중심 가치외교'를 천명하면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022년 7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어 그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의, 2023년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선언 등으로 중국 압박의 선봉에 선 것이 핵심 원인입니다.

 

윤정부 미·일 올인외교 기조 그대로…한국이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한다면, 중국은?

 

이런 정책 기조는 전혀 바꾸지 않았는데,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는 멀리하면서 한국과 손을 잡을까요?

 

정재흥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를 전혀 원하지 않고, 그 때문에 북··중러 3자 연대가 아니라 중·러, 중·북 양자 연대구도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런 전략 기조를 틈이 벌어진 것으로 한국이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 국면에 중요한 변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문제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중국 전문가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계기로 한국이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중국이 러시아를 떠나 한국 손을 잡겠느냐"며 "그럴 가능성이 작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위기에 빠지고 한국이 군사지원을 양적, 질적으로 높여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진짜로 현실화하면 한반도가 정말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newstomato.com |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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