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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IB토마토](데스크칼럼)ESG, 기후변화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9일 16: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10여 년 전 ‘녹색’, 영문으로 ‘그린(Green)’이 온갖 곳에 접두어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녹색성장, 그린노믹스, 그린이노베이션 등 정부 정책은 물론이고 각종 산업과 제품, 서비스, 심지어 녹색을 표방한 언론사도 등장했다.

 

 

당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녹색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불참이었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두 나라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동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지난 2021년 기후적응 정상회의(CAS2021)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특사로 임명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미국이 불참했던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을까. 

(출처=SKT)

 

그 후 몇 년 사이 ESG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환경(E)에 사회(S)와 지배구조(G)를 더한 개념이다.

 

사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해 투자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등장했다.

2004~2006년 국제금융공사(IFC)의 보고서에서 자본시장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자 가이드로 처음 소개된 후, 지속가능성이 주요 투자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26년부터는 ESG 관련 정보가 의무 공시되기에 이르렀다.

 

올해 7월25일에 발효된 EU 공급망 실사지침(CSDDD)에 따르면 EU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실사와 정보공개를 의무화했다.

 

 

국내 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기업을 필두로 연일 ESG 대응 성과가 각종 뉴스에 도배된다.

자칫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개방경제에는 단순 수익을 넘어 생존이 걸린 문제다.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ESG 관련 정보 공시 의무화 방침을 정하고 국내 ESG 공시기준을 올해까지 확정키로 했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 4월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원조 ‘자본주의’국가다 보니 기업에 부담이 큰 ESG를 반길 리 없다.

기후변화를 애써 외면한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방침을 정한다 해도 연방제라 뜻을 모으기도 어렵다.

심지어 '안티 ESG' 기조가 확산되며, 올해 상반기 동안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에서 150건 이상의 안티 ESG 법안이 발의되었다.

 

월가의 지속가능성 전략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와 복원을 위한 금융 지원 약속을 철회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도 인공지능(AI),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른 이슈들에 밀려 지속가능성에 대한 CEO들의 관심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등 떠밀리듯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했는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반(反) ESG 기조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ESG 공시 도입의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시행하지 않는데 우리만 앞서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ESG 공시 의무화도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이 그랬듯이 ESG도 미국의 불참으로 흐지부지될지, 아니면 새로운 장벽이자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지 사뭇 궁금하다.

정부는 이번 미국 대선을 보며 어떤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까. 정부의 묘수가 기대된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newstomato.com | 유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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