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난 후 책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스스로가 창피했습니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흥미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독서를 등한시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독서에 등을 돌린 큰 이유는 말라버린 흥미와 사라져버린 의무였던 것 같습니다.
성인 문해력 테스트 전 설문. (이미지=성인 문해력 테스트 홈페이지 캡처)
올해는 나름(?) 당당합니다.
다독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된 후 자발적으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한 해였는데요. 지식이 철철 흘러넘치는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갖고 틈만 나면 책을 읽으려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독립서점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책을 사 모으고 모임에서 사람들과 함께 서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권 읽다보니 습관이 돼서 휴식 시간에 OTT가 아닌 독서를 선택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독서를 취미로 만드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자발적으로 찾는 즐거운 취미가 됐습니다.
책을 펼치는 일이 쉬워진 것이 올해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한강 작가의 영향으로 독서 불씨는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어마무시한 상을 한국인이 거머쥐면서 제 안에서 자긍심이 독서욕과 함께 타올랐습니다.
수상 소식이 발표되던 날 서점으로 달려가 얼마 남지 않은 한강 작가 책을 손에 넣으며 희열을 느꼈습니다.
친구와 책을 나눠읽고 소감을 말하는 시간도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관심 밖이었던 독서에 발을 들이며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늘었고 새로운 궁금증도 생겨났습니다.
최근 친구가 단체방에 문해력 테스트를 올렸습니다.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준비한 성인 문해력 테스트인데요. 테스트 시작 전 지난해 읽은 책 수에 응답하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직인 한 친구가 책은 한 권도 읽지 못했다고 자책했습니다.
이 친구를 시작으로 다수 친구들이 책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원래라면 저도 그 성토에 동참했을 텐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문해력 테스트는 15개의 문제로 구성됐지만 푸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오랜만에 보는 빼곡하고 까다로운 테스트였습니다.
평소라면 덮었을 테스트인데 책이 길러준 인내심 덕인지 대중교통에서 끝까지 문제를 풀었습니다.
다 맞히겠다는 꿈은 물 건너갔지만요. 평소 책을 즐겨 읽는 친구는 더 수월하게 테스트를 해내더군요. 내년에도 올해 얻은 이 취미를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문해력에 더 자신감이 붙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