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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오키나와 클럽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지난달 21일에는 윤호의 초대를 받아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슬금슬금에 들렀습니다.

카페 문을 열자 패티 익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곳곳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행사 이름은 '윤호·준짱의 오키나와 버거 팝업'. 버거를 만들어 본 적 없는 그들이 버거를 팔아보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슬금슬금에서 열린 '윤호·준짱의 오키나와 버거 팝업'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6월, 윤호와 준짱은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두 사람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 건지에 대한 불안감,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못 만나고 있다는 답답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불쑥 방문한 오키나와는 두 친구에게 힌트를 선물해 줬습니다.

 

미야코지마

오키나와의 미야코지마라는 섬으로 들어가면 아주 많은 바다 거북을 볼 수 있습니다.

태평양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살아가는 거북이들에 대한 경외심이었을까요. 예로부터 먼바다에 천국이 있다고 믿어온 오키나와 사람들은 거북이의 모습을 본떠 묘를 만들어왔다고 합니다.

 

다카즈 고지

오키나와는 과거 독자적인 정치권과 문화·사회·경제권을 가지고 운영되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일본에 편입됐습니다.

이후 1945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섬 인구가 40만명이었는데 사망자만 12만명 정도가 발생할 정도로 완전히 초토화됐습니다.

지금도 당시에 사용되던 참호가 남아있습니다.

참호에 박힌 총탄 구멍에는 달팽이들이 살고 있죠.

 

헤노코

하루에 3번, 벌써 4000일이 되어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크럼을 짜고 간척을 하려고 들어오는 공사 차량들을 막아서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듀공을 비롯한 여러 생명들의 오랜 터전이었던 헤노코 바다를 지켜달라고, 오키나와에는 전투기들을 위한 활주로 대신 대신 더 많은 생명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 그들은 외치고 있습니다.

 

사키마 미술관

오키나와를 떠나 도쿄로 향하던 6살 소년의 가슴엔 언젠가 고향에 평화의 미술관을 짓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현실이 냉혹하더라도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며, 예술을 통해 그 본질을 상상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그 믿음으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케테 콜비츠 등의 작품을 수집하고, 미술관을 짓겠다며 미군을 대상으로 토지반환운동을 벌였습니다.

오늘도 그는 직접 건립해 낸 미술관에서 캐셔 역할을 하며 관람객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버거 시식 후 열린 수다회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사키마 관장은 미술관에 온 사람들을 직접 보고 상호 교류하는 게 자신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윤호는 집요하고 끈질기고 웅대한 꿈을 가졌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그 꿈을 소통함에 있어서 겸허한 태도를 가진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준짱은 미술도 평화를 위해 달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큰 울림을 받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리 현실이 어려울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됩니다.

 

윤호와 준짱은 오키나와에 의해 마음에 불이 질러져서 '자기 위치에서의 운동성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생각은 '오키나와 클럽' 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치 황무지가 되어버린 시레토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운동을 통해 온대림으로 복원시켜버린 '시레토코 클럽'처럼요. 앞으로 두 사람이 오키나와 클럽에서 어떤 작당을 벌일지 기대됩니다.

 

버거를 시식 중인 기자. (사진=뉴스토마토)

 

윤호와 준짱이 선보인 오키나와 버거는 여행 중 만난 '우키시마 가든'이라는 비건 식당의 메뉴를 나름 재현한 것입니다.

물살이 대신 기장으로 만든 패티가 특징입니다.

어업이 발달한 오키나와에서 물살이를 죽이지 않고 음식을 팔겠다는 고집으로 탄생한 음식인 셈이죠. 윤호와 준짱은 그 고집에서 받은 감동의 힘으로 이날 사람들과 함께 오키나와 버거를 나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그들은 패티를 130여개 구우면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추석 연휴를 보내게 되었네요.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newstomato.com | 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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