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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IB토마토]HD현대오일뱅크, 대규모 설비투자 후폭풍…재무건전성 경고등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16: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수년간 이어온 대규모 설비 투자와 다양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오일뱅크가 올 상반기 순차입금 규모가 9조원을 넘어서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상태이지만, 고유가 상황에서 발생한 운전자금 부담과 고배당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단기간 내에 이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차입금 9조원 돌파…대규모 투자에 빠르게 부채 증가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올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은 9조30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5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2019년 순차입금이 3조8658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년 반 만에 차입금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229.5%로 적정 기준을 넘어섰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47.6%를 기록해 재무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 증가 배경에는 2020년부터 진행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가 추진했던 중질유 분해설비(HPC) 프로젝트는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적지출(CAPEX)이 이어지면서 회사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재무안정성 지표를 살펴보면 HPC 투자가 시작된 2019년 부채비율은 136%로 적정기준인 100% 미만에 비교적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2020년 178%까지 상승하더니 2021년 218%로 2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준공이 끝난 2022년 185%로 회복되는가 했으나 지난해 다시 위험 수준인 200%를 넘어서며 올 상반기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HD현대오일뱅크의 총 부채 13조원 중 1조3453억원(10.3%)을 차지하는 리스부채 가운데 SK네트웍스(001740)로부터 임차하고 있는 주유소 200여개 등과 운송용선박 비용도 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유소 리스부채는 2697억원, 선박은 6962억원으로 총 9659억원에 이른다.

이는 총 부채와 리스부채의 각각 7.4%, 71.8%를 차지한다.

앞서 2020년 HD현대오일뱅크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람코자산신탁이 1조3000억원에 인수한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200여개를 임차하고 있다.

 

 

 

정유사업 실적 개선이 '관건'

 

업계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안정성 회복은 결국 본업인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에 달려있지만 단기간 내에 유의미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정유 부문은 올 1분기에는 25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7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맞물려 정유업 실적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유가는 올 초 배럴당 82.6달러에서 9월에는 70달러 초반대로 하락하면서 이에 따른 손실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부문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과 전 세계적인 올레핀 계열 제품의 수급 악화로 인해 에틸렌 스프레드는 2022년 톤당 200달러 이하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시기 증가한 운전자금 부담도 재무부담을 키웠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HD현대오일뱅크는 1조6194억원에 달하는 운전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회사의 현금흐름을 악화시켜 추가적인 외부 차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됐다.

지난해 유가가 다시 하락하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다소 완화됐지만, 올 상반기에는 중동 지역의 갈등으로 인해 다시 2787억원의 운전자금이 유출되며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안정성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와 리스부채도 재무구조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된 영향이 커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 하락 등 대외 변동성이 큰 데다 고배당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에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PC 관련 원금 상환 일정이 당초 2029년에서 2033년까지 만기가 연장 돼서 단기적인 부채 상환 부담을 덜었다"면서 "회사의 재무구조가 어느정도 안정적이라고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만기가 연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HD현대오일뱅크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별도 기준 순손실을 기록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2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최근 5년간 회사가 주주에게 지급한 연평균 배당금은 347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고배당 정책은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내부 자금을 축적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재무적으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newstomato.com | 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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