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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현장+)은행 점포, 강북 수십명 대기하는데 강남은 '텅텅'
[뉴스토마토 문성주·유영진 인턴기자] 서울에서 은행 점포 수가 가장 적은 강북 3개 자치구(도봉·강북·중랑)와 점포 수가 가장 많은 강남구 간 격차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은 경제성을 고려해 유동인구가 적은 곳의 점포를 우선 줄였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직접 점포를 방문해 보니 유동인구와 실제 점포 이용자 수는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돈이 되는' 점포 유지에 방점을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유동 지점, 마감 앞두고 대기 인원만 30명 

 

지난 14일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수유동 지점은 영업 마감 1시간을 앞두고 대기 인원이 30여명에 달했습니다.

 

한 시간을 넘게 자리에서 대기하던 A씨(67세·여)는 "은행에 오면 기본으로 1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직원을 늘리든지 방안을 좀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답답한 건 은행 직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당 은행 지점의 한 직원은 "오전에 오든지 오후에 오든지 언제나 이 정도 대기 인원이 유지된다"면서 "대기 중 참다 못해 화를 내시는 고객이 적지 않은데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간 같은 은행의 강남구 소재 지점의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이 은행 강남역종합금융센터 지점은 대기표를 뽑자마자 대기 없이 바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지점 직원은 "은행 업무를 위해 찾는 몇몇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방문 고객이 많은 편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북구의 한 시중은행 내부 전경. 은행 업무 처리를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로 영업점 내부가 가득 찼다.

(사진= 뉴스토마토)

 

통폐합 후 접근성 더 떨어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기업은행의 서울시 자치구별 지점 수를 분석한 결과 도봉구가 17개로 지점 수가 가장 적습니다.

강북구는 총 18개, 중랑구 21개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강남구는 총 226개로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지점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도봉구와 강북구, 중랑구 점포 수의 총합(56곳)과 비교하더라도 강남구가 4배 가량 많습니다.

 

통폐합 등을 이유로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폰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를 따라잡기 벅찬 고령층의 불편이 크게 늘었습니다.

은행 지점 한 곳 당 65세 이상 고령층 이용자 수가 도봉구는 42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북구가 3885명, 중랑구가 3865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강남구는 379명으로, 도봉구와 약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권 점포 통폐합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통폐합 이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한 은행 방학동점이 쌍문동점과 통폐합했는데요. 쌍문동점에는 방학2·3동과 쌍문4동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기가 크게 늘었습니다.

 

쌍문동점에 방문한 한 시민은 "원래 방학동점으로 걸어서 다녔는데, 쌍문동점으로 통합돼면서 차를 타고 다녀야 하니까 굉장히 불편하다"며 "대기자가 엄청 많아져 저번에는 2시간이나 기다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시중은행 내부 전경. 대기 인원이 거의 없는 모습. (사진= 뉴스토마토)

 

"역대 순익에도 점포 줄여"

 

은행들은 자치구 별로 점포 분포가 갈리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강남3구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가 거주인구도 많아 상권 등도 발달해 고객 유치에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료부터 상권, 유동인구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은행 점포 위치를 선정한다"며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점포가 통폐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점포를 통폐합하면서 금융취약계층의 은행 접근성은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취약계층이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채널 이용률이 떨어지는 데다 대면 채널까지 줄어들 경우 금융 소외도를 더 높이기 때문입니다.

 

 

김재섭 의원은 "금융 기업은 최근 계속 당기순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어 경영상의 이유로 점포 수를 줄인다는 입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도봉구는 서울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두 번째로 높아 오프라인 점포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금융기업은 다른 기업이랑은 다르게 사회적 책임을 대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newstomato.com |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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