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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재테크)고려아연 지분 전쟁, 2막 올랐다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고려아연 주가가 자사주 공개매수 권리 기한이 지난 뒤에도 급락하지 않고 조정양상을 나타냈습니다.

경영권을 두고 맞붙은 양측의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에 남은 유통주식이 품절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추가 공개매수 가능성도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87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전날보다 1%가량 떨어진 86만8000원으로 개장해 장초반 85만2000원까지 밀려나기도 했지만 곧 추스르고 다시 반등해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하루 거래량은 10만주로 전일 63만주에서 급감했습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공개매수에 이어 남은 유통주식 상당량이 23일에 마감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했거나 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날 공개매수 청약을 위해선 21일까지 주식을 매수, 보유해야 했습니다.

 

 

즉 22일부터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양측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주가가 공개매수가 89만원보다 더 오르길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보유 물량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주식들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번 공개매수 결과로 영풍과 고려아연 최 회장 측 누구도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 공개매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남은 소량의 주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재연될 경우 몸값이 치솟을 거란 기대감이 생긴 이유입니다.

 

 

자사주 활용 ‘6개월 처분 제한’에 덜미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얼마인지가 집계돼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확보한 주식과 우호 지분만 보면 영풍과 MBK 측이 한발 앞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아연이 소송을 불사하며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초과하는 자금에 급전까지 받아서 최대 17.5%, 362만주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으나, 엄연히 이 주식은 회사의 공적 자산이라서 의결권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만 대폭 감소한 셈입니다.

공개매수 당시 약속한대로 이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주주들의 보유지분율만 그에 비례해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양측의 보유지분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상관없이 똑같습니다.

이번에 공개매수로 5.34%를 확보한 영풍·MBK 연합군이 38.47%, 고려아연과 우군들의 합산 지분이 33.99%,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로 확보할 주식 최대 2.5%를 더하면 36.49%입니다.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사측이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벌어졌던 기업들의 경영진이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양도, 의결권을 부활시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했던 사례가 고려아연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고려아연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상당량이 매입 종료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당장 백기사를 동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자본시장법에는 주권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 및 처분에 관한 특례가 규정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자사주신탁계약을 체결한 후 6개월 동안은 자사주를 처분 또는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제한됩니다.

 

현재 고려아연은 지분율 2.4%에 해당하는 약 50만주를 자사주 신탁으로 보유 중입니다.

이중 6개월이 경과한 주식은 6월 말 보고서에 기재된 10만3892주에 불과합니다.

5월8일부터 한국투자증권과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 추가 매입을 시작해 9월13일 현재 49만9696주로 불렸지만 7월 이전에 매입한 자사주 상당량(20만주)은 소각했습니다.

 

 

이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데, 문제는 6개월 산정 기준이 취득 종료일이라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수 회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한 경우엔 취득 완료일을 기점으로 6개월을 계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려아연이 추가 매입한 자사주를 활용해 백기사를 동원할 수 있는 시점은 내년입니다.

올해 말 주권 소유자에게만 주어지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에 대량 취득하는 자사주 역시 주주와의 약속을 깨고 일부를 백기사에게 넘긴다고 해도 같은 이유로 내년 정기주총에선 활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자사주 6개월 처분 제한에도 구멍이 있습니다.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경우엔 6개월 처분 제한에서 예외로 인정돼 이를 활용할지 주목됩니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 고려아연 편들까 

 

고려아연과 최 회장으로선 영풍과 MBK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주총 개최를 막겠지만 정기주총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영풍과 MBK는 정기주총에서 더 높은 지분율을 앞세워 고려아연 측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진의 대거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최 회장을 물러나게 하려면 정관 변경이 필요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고려아연은 여론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연일 MBK와 영풍을 향해 공세를 퍼붓는 중입니다.

22일엔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MBK의 공개매수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영풍의 경영 능력을 꼬집으며 결사 항전을 다짐했습니다.

 

 

이들의 공세는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향한 구애로 풀이됩니다.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이며 MBK는 이를 약탈하려는 투기자본이란 구도를 만들어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 편에 설 수 있게 압박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앞서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MBK를 비판하며 국민연금의 입장을 물었는데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장기적 수익률 관점에서 결정하겠다”고 답변했지만, “향후 주총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경영권 분쟁 후 주가 하락을 예견하는 상황에서, 고점에 처분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보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입니다.

 

 

이에 대해 영풍·MBK가 어떻게 반격할지 주목됩니다.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편에 서는 경우에 대비하려면 남은 주식이라도 더 모아야 합니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자사주를 활용한다면 시간을 끌수록 영풍·MBK에게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알려진 영풍·MBK의 대응책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본안소송으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포기하기 전까지는 지루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newstomato.com |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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