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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폐기해야 할 윤석열 사전
[뉴스토마토 임세웅 기자] ‘국어사전’이 소소하게 이슈가 됐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한 말 때문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민간인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을 요청하고, 김 여사가 이를 받아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국정농단’ 논란이 번지자 “(김 여사) 조언이 국정농단이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간만에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했습니다.

국정은 나랏일, 농단은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뜻입니다.

사전을 정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사전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은 느꼈지만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담화 중 사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기서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사전은 정리가 아니라 폐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가까이 지난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예산 폭거는 국가 재정 몰락”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하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 국회는 범죄자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에 앉은 이후 시종일관 법치주의를 강조한 사람입니다.

노동 개혁을 이야기하며 노사 법치를 꾸준히 이야기해 왔죠. 법치주의란 법의 지배를 뜻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나라나 권력자가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근대 입헌 국가의 정치 원리.”라 나옵니다.

과거 영국에서 국왕을 신처럼 떠받들 때 나온 것이 “국왕이라 할지라도 신과 법 밑에 있다”며 나왔습니다.

권력자인 대통령이 법치를 이야기하는 게 맞냐는 말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있는 법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한 시기이고, 대통령도 법에 따라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 믿었다고 했었습니다.

 

믿음은 틀렸습니다.

비상계엄으로 윤 대통령의 법치란, 그저 반대파를 때려잡는 도구라는 사실이 게 드러났습니다.

헌법에 나온 계엄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고, 계엄법상 입법부에 계엄을 알려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으며, 입법부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입법부를 억압하려 했습니다.

과거 법치를 이유로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노조를 때리던 모습과 겹쳐집니다.

윤 대통령 사전에 법치주의란 근대 입헌 국가와는 맞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진짜 법치의 이름으로, 폐기해야겠습니다.

 

임세웅 기자 swim@etomato.com

newstomato.com | 임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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