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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10대그룹 경영진단)③투자 늘었지만…투자회수 불안·문어발 출자 우려


[뉴스토마토 이재영·박혜정 기자] 올 한해 기업집단의 시설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이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보다 투자회수 불안과 계열 출자가 많아진 경제력 집중 현상이 더 부각됐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현지 투자 보조금 축소 또는 철회 불확실성이 제기됐음에도 관세장벽이 높아질 염려 때문에 국내 기업집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사업 투자가 지속된 가운데 기업집단 계열사 수가 늘어나며 구주 매입 방식의 신규 출자가 많았는데, 이는 기업 내 투자금을 낭비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보조금 줄어도 울며 겨자 먹기식 미국 투자

 

27일 <뉴스토마토>가 10대그룹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투자 데이터(연결 기준)를 취합한 결과, 3분기 누적 시설투자액(유형자산 취득금)은 141조234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1%, 6조7969억원 늘었습니다.

미국 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감축 이슈로 현지 투자를 서둘러 감행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올 들어 보조금 폐지 공약을 내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가 결국 당선되자 보조금을 조기 수령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 투자 움직임이 바빴습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현지 투자를 축소함으로써 당초 예상보다는 낮은 보조금을 수령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누적 시설투자금은 36조320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조775억원 감소했습니다.

당초 2030년까지 450억달러(약 66조원)를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한다고 했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주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370억달러(약 54조원)로 줄였습니다.

이로써 지난 23일 미국에서 받기로 한 보조금도 47억4500만달러(약 7조원)으로,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한 당시 64억달러(약 9조원)보다 줄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확대 기반 호실적을 배경으로 투자도 대폭 늘렸습니다.

3분기 누적 8조6724억원을 시설투자금으로 사용해 전년동기보다 2조729억원이나 더 지출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미국에서 확정한 반도체 보조금은 4억5800만달러(약 6700억원)로, 지난 8월 예비거래각서에 적힌 4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보다 800만달러(약 100억원) 늘었습니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트럼프가 내연기관차로의 회귀, 화석연료 재사용 등 친환경 정책에 반하는 방침인 데다 전기차 캐즘까지 닥친 형편에도 미국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이를 배경으로 현대차는 1조1972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2조124억원, 삼성SDI는 1조6342억원씩 3분기 누적 시설투자액이 증가했습니다.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라 투자회수기간이 지연될 불안감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런 투자를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기업집단 회사 수 1년 새 200개 폭증

 

지식재산권, 영업권 투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무형자산 취득금은 3분기 누적 8조7921억원으로 6.2% 증가했습니다.

5124억원 늘어난 금액입니다.

허리띠를 졸라맨 삼성전자는 이런 무형자산도 5710억원 줄였습니다(감소율 25.4%). 반면 SK하이닉스가 1729억원 투자를 늘렸고, 기아, 현대차, LG디스플레이도 각각 1000억원대 증가액을 보였습니다.

또 LG전자가 2447억원으로 10대그룹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증가액을 기록하며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다만, 이런 기업집단의 무형자산 투자는 정부의 특혜 시비도 붙습니다.

국가전략기술이나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서 지원하는 세액공제 등의 지원혜택을 집중적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연구계 내 양극화도 정책 부작용으로 지목됩니다.

 

기업집단이 신사업을 늘리는 명분으로 출자 형태, 소위 문어발식 확장에 투자금을 소요한 정황도 나타납니다.

구주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회사 수가 늘어난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월1일 기준 대규모 기업집단 내 계열사 수를 조사한 결과, 상호출자제한집단은 2228개로 1년 새 21개 늘었습니다.

또 공시대상(자산 5조원 이상)기업집단은 1년 새 179개나 늘어난 1056개를 기록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출자와 투자는 별개의 개념"이라며 "투자는 경제학적으로 자본재를 사는 것이고 출자는 기업이 현금으로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출자할 때 융자 같은 역할을 하려면 출자대상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고 출자회사가 신주를 사야 한다"며 "그런데 한국 재벌들은 기업결합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구주를 산다.

이것은 새 자금이 기업으로 유입되는 효과와 무관한 소유지배나 경제력 집중과 관련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박혜정 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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