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내년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복귀가 예정된 만큼 하이브(35282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를 비롯한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K팝에 대한 피로도 증가, 글로벌 콘텐츠 음악 분야 성장세 둔화 등으로 장기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 9개 분야(방송·애니메이션·게임·신기술·캐릭터·스토리·만화웹툰·음악·패션) 중 유일하게 음악 분야만 중기 수출 전망 점수(5.1점)가 단기 수출 전망 점수(5.5점)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콘텐츠 업계 안팎의 전문가 167명을 대상으로 9개 산업과 8개 해외시장의 콘텐츠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음악 분야를 보면 내년 수출 전망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하이브의 BTS 복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활동 등으로 K팝의 인기 및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4세대 걸그룹 뉴진스, 르세라핌, 에스파 등이 글로벌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외 투어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K팝 가수와 해외 팬덤 간 만남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음원 수익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방탄소년단.(사진=뉴시스)
다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음반 및 해외 공연 시장에서 이상신호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특히 음반 판매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K팝에 대한 피로도 증가가 관찰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K팝 싱글 앨범 발매 때마다 콘서트와 팬미팅이 해외에서 진행되면서 글로벌 팬덤의 피로도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식 음악 문화가 한계에 다다랐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더불어 출연료 상승으로 공연 프로모터 부담이 커졌지만 실제 공연시 수익이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K팝 외 인디음악 씬에서 태국 등 아시아의 경쟁력 있는 음악, 아티스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소입니다.
베트남의 경우도 V팝이 자국 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도 애니메이션과 연계한 OST, 아티스트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음악 분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K팝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 5.44%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음악 콘텐츠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3년에만 전년 대비 17.1% 성장했지만 2028년까지 CAGR는 3.47%로 전망됩니다.
게임(8.16%), 광고(7.39%), 만화(6.21%)에 비해 음악 콘텐츠 CAGR이 낮게 점쳐지는 겁니다.
업계는 전반적인 비용 증가, 아시아 경쟁자의 추격 심화로 음악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이미 올해 업황 부진으로 기획사의 실적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4대 기획사 중 올해 3분기 호실적을 낸 곳은 JYP Ent.(035900) 한 곳뿐입니다.
JYP Ent.는 3분기 매출 1705억원, 영업이익 484억원을 냈는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377억원)을 28% 상회했습니다.
반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매출 835억원, 영업손실 3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하이브는 매출 5278억원, 영업이익 542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습니다.
에스엠(041510)도 매출 2422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3% 감소했습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대되는 건 중국 본토로, 최근 다시 교류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기존 대비 25~30% 매출이 추가 될 것"이라며 "중국을 제외하면 BTS 이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K팝이 규모가 커졌지만 성장 기울기가 둔화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블랙핑크 '코첼라 2023' 공연 모습.(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