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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IT 전,란과 범동


최근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시청했습니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공개 전부터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었는데요. 전,란이라는 제목처럼 ‘전쟁’과 ‘반란’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영화는 조선 선조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무관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어린 시절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다 왜란의 시대에 적이 되어 만나는 이야기를 그려냈는데요. 왜란 후 죽어가는 백성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왕권 강화를 위해 경복궁 재건에만 집착하는 무능한 임금 선조는 차승원 배우가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의병장 김자령(진선규 분), 당찬 의병 범동(김신록 분), 왜구 고니시 유키나가의 선봉장으로 천영과 대립하며 검술 액션을 펼친 깃카와 겐신(정성일 분)의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영화는 액션과 영상미, 그리고 주인공 종려와 천영의 대비를 잘 그려냈는데요. 푸른 도포를 걸쳐 왜구에 ‘청의검신’으로 불린 천영과 선조의 호위로 붉은 두루마기를 입은 종려의 모습, 왜구를 베는 천영과 선조의 피란을 막는 백성을 베는 종려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는 등 시각적, 서사적으로 대비되는 영상미는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특히 강동원의 액션신은 과거 영화 ‘군도: 민란의시대’를 떠오르게 했는데요. 당시 ‘왜 강동원한테만 벚꽃 뿌려줘요?’ 밈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수려했습니다.

 

전,란은 화려한 영상미와 액션신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창작극인 만큼 다소 어색한 설정도 눈에 띄었는데요. 김자령과 범동 등 극 중 영향이 크지만 해당 인물에 대한 묘사가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서사는 흥미로웠는데요. 작중 인물과 관계가 없지만 도입부에 강렬하게 등장하며 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인물 ‘정여립’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여립(1546~1589)은 조선시대 인물 중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우수한 성적으로 문과에 급제해 높은 벼슬자리에까지 오르는 등 서인의 촉망 받는 인재였지만,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동인으로 돌아서며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는데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치 않습니다.

 

특히 정여립은 “천하는 모두의 것”으로 주인이 따로 없다고 주장한 사상가로 알려졌는데요. 낙향 후 진안 죽도에서 활쏘기 모임 등을 주축으로 하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세력을 키웁니다.

대동계는 양반과 노비 등 신분의 고하를 막론한 모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정여립은 이러한 대동계의 조직과 활동으로 인해 역모를 꾸몄다고 고변 돼 결국 자결했는데요. 이는 1000여명의 동인 사망자를 낸 기축옥사로 이어집니다.

역사가들은 정여립이 역모를 꾸민 증거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수많은 희생을 낸 기축옥사의 전말은 아직까지도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정여립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대동’을 시작으로 하는데요. 이는 극 말미 천영을 통해 ‘범동’으로 완성됩니다.

“두루 온 세상 사람이 하나다.

범. 동.”이라는 천영의 언급은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데요. 권력의 압제에 굴하지 않고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은 우리 민족의 굳센 얼을 오롯이 담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범동’이 아직 찾아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정파를 떠나 한민족이 하나가 되는 그 날이 서둘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 (사진=넷플릭스)

 



newstomato.com |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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