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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 고공농성 300일째 ...전국서 연대버스 뜬다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이겨서 땅을 밟고 싶어요.”

 

지난 1월8일 새벽,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은 이 말을 남기고 경북 구미 공장의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화재를 이유로 공장 문을 닫은 사측이 철거를 앞둔 시점에 무기한 고공농성을 택한 것입니다.

그 후 292일이 지났습니다.

다시 겨울을 앞두고 있는 지금,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은 아직 옥상에 있습니다.

 

지난 5월 경북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해고노동자 박정혜, 소현숙씨가 농성중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은 일본 기업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입니다.

2003년 구미4국가산단에 입주했습니다.

 액정디스플레이(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 왔습니다.

2022년 10월, 공장 설비에서 불이 나 생산동이 전소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4000억원 매출에 순이익 260억원을 내는 회사인 데다 화재보험금 1300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기에 당연히 구미공장을 재건하리라 믿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화재 한 달 뒤인 11월 돌연 공장 청산을 통보했습니다.

직원 210명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했고, 이를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와 논의도 없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은 닛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2년 가까이 싸우고 있습니다.

앞서 사측은 청산 결정 후 구미공장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하고 30명을 신규채용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요구는 끝내 외면했습니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듯한 한국옵티칼의 행태에 대해 시민사회와 국회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2일에는 노동단체들이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는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옵티칼에 대한 진정을 OECD 국내연락사무소에 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니토덴코를 비판하면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무상 임대 등 한국에서 각종 혜택을 누렸음에도 이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여전히 고용승계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고공농성 300일, 옵티칼로 가는 연대버스' 계획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니토옵티칼의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11.2 옵티칼 연대버스 진행을 알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내달 2일 고공농성 300일을 맞아, 옥상에 남아 있는 이들과 연대하는 버스 22대가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27개 도시에서 출발합니다.

노동자와 시민 1000여명과 함께 합니다.

다른 사업장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 58명도 동행합니다.

 

“추운 겨울, 고공에 올랐습니다.

공장을 지키고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또 한 번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공 300일에 옵티칼 농성장으로 와주십시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화 통화로 ‘연대버스’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newstomato.com |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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