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가 강민구라는 민주당 사람에게 감투 씌워주자 지난 6월 강 씨가 회의 석상에서 감읍해 한 말이다.
아첨의 전형을 화끈하게 선보이며 ‘재명어천가’를 부르다 그만 아버지까지 나갔다.
낯 뜨거운 일이었다.
(이하 직함, 경칭 생략.)
◇ ‘아버지에서 신의 사제’까지…민망함의 극치
“(이번 1심 판결 이후) 비명이 움직이면 내가 앞장서서 죽이겠다, 당원들과 함께 죽여버리겠다”(최민희)에 이어, 급기야 “신의 사제, 신의 종”이라는 신계(神界)까지 올라갔다(이해식). 내일은 무슨 말이 나오려나. 이재명 1심 판결이 단심(丹心)경쟁이자 충성심 입증의 절호 기회라도 된다는 말인가. 쏟아내는 말씀들 아름답다.
가관이다.
전언에 따르면, 최민희의 “비명계 죽이겠다” 발언에 대해 “소신 발언”이라는 두둔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렴! 소신이다, 소신이고 말고. 일부 강성 지지층에선 “판사 탄핵” 주장도 한다고 한다.
되묻는다.
무죄 판결 나왔으면 그 판사 훈장 주자고 할 건가? 아니잖은가. 그런 말이나 태도, 이재명 돕는 게 아니라 죽이는 지름길이다.
‘1심 재판부가 현 정권에 장악당했거나 용산의 대리인이어서 이재명을 사법살해했다’는 생각을 속으로 할 수는 있겠으나, 공언한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격앙 상태인 강성 지지자들만 바라보면 ‘보보믿믿’할 수 밖에 없다.
보보믿믿은 눈과 귀를 가린다.
판결 규탄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일부라도 돌려서 1심 판결 뒤집을 수 있는 새 증거와 법리에 진력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정권의 온갖 문제점에 대해 집중하는 게 민심에 부합한다.
◇ 이재명 돕는 게 아니라 죽이는 길
판사 출신 방통위 부위원장의 안하무인 언행에 “법관 주제에…”라고 분기탱천 일갈 한 김우영의 심정, 백배 공감했다.
‘법관 주제에’라는 말을 전해들은 이 대표,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엄중 징계”를 지시했다.
김우영은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비롯, 감투라는 감투는 죄다 내려놓고 판사들에게 사과했다.
이 대표 1심 선고공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 때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주요 인사 앉혀놓고 이재명 재판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무죄 취지 주장도 했다.
사법부 높은 사람에게 그런 말 하면 담당 판사가 알아서 겁 먹거나 감 잡고 재판에 참작하리라 생각해서 그러지는 않았을텐데 왜 그런 말들을 하는지,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여럿이서 약속이나 한듯 돌아가며 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게 중에는 판사 경력이나 법조 출신 의원도 있었다.
의원들이 그리 말하면 판사들이 정말로 알아서 눈치 채고 진짜로 적당히 할 거라 생각했을까. 그 의원들 그렇게 감이 떨어지지는 않을텐데, 설마 ‘당내 충성 입증용’ 발언이었나.
◇ 김민석-이언주, 과거 배신에 대해 용서받았나?
김민석 이언주 등등 배신과 오락가락의 극치이자 아이콘들이 지금 이재명 곁을 지키고 있다.
든든하겠다.
노무현 등에 칼 꽂고 적진으로 투항한 김민석이 언제 참회와 사과를 한 적이 있었나. 여야를 현란하게 오가며 립서비스와 악담의 극치를 보여준 이언주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퍼부은 왼갖 저주에 대해 해명이라도 한 적이 있었나. 과문해서 모르겠다만, 무지랭이 국민들은 모르게, 그러나 ‘이너 써클’ 앞에서는 했나? 이 대표에게는 충성맹세를 해서 지난 총선의 공천 관문도 너끈히 통과했나? 김민석이 전당대회 초반 죽을 쑤다가 이 대표가 한 마디 거들어주자 갑자기 선두가 됐다.
과연 요술방망이다.
이언주가 그간 이당저당 오가며 보인 갈팡질팡 행보와 민주당 정권에 퍼부은 저주/악담들에 대해 사과 비스무리하게라도 했다는 말 들어본 적이 없는데, 민주당 최고위원이 됐다.
놀라운 능력이거나 관대하기 그지 없는 전당대회 유권자들이었다.
맺고 끊는 절차와 매듭이라는 건 장삼이사들 인간 관계에서도 기본이다.
이 우물 안먹겠다고 침 뱉고 돌아섰다가 돌아온 이들, 석연하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해야(용서까지는 모르겠다만) 되는 거 아닌가. ‘반윤’과 ‘이재명 중심’이라는 두 가지만 복창하면 최근까지 뭔 짓을 했든 다 프리 패스인가.
◇ ‘반윤-이재명 중심’만 복창하면 프리 패스?
제반 물증이나 상황이 ‘그런 술자리는 애시당초 없었다’는 걸 가리키고 있는데도, 아직도 “청담동 술 자리는 있었어야 한다”고 핏대 높이는 일부 전-현직 의원과 극렬 빠, 자칭 ‘참 언론’은 다 어디 갔는가. 그들의 활동과 ‘이재명 사수’ 방식에 때론 다른 방법을 주문하는 범 진보 시민들에게 저 고귀하신 ‘호박’(겉도 속도 색이 같다는 점에서 수박의 반대라는 상징어)들께서는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부디 합리와 상식에서 이탈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중과 유리된 언행은 탄력을 얻을 수 없다.
탄력이 없으면 오래 가지 못하고, 멀리 가지 못한다.
◇ 충성용 건배사 그만 둬야
이 대표건 그의 호위무사들이건 간에 당부한다.
물론 아직 기나긴 쟁송의 시작 단계지만, 이번 1심 판결을 통해, 별 생각 없이 “조작”, “국토부의 협박”이라는 말을 씀벅 내뱉었다가 어떤 낭패와 고초가 초래될 수 있는지 절감했을 것이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정신승리용이거나 내부 단합대회 건배사 같은 발언들은 이제라도 꽁꽁 싸서 시렁에 얹어두고 잊어버려야 한다.
입은 화의 출입구요, 귀는 덕과 복의 문이다.
윤 정권이 형편없으면 없을수록, 국민들 분노가 커지면 커질수록 겸손하고 진중하게 국민 뜻 살피고, 입 방정은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
2017년 국민들이 정권 쥐어주고 촛불정부를 출범시켜줬다.
불과 3~4년 만에 촛불정부가 망가져가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민주당을 포함,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클 수 밖에 없다는 걸 각심해야 한다.
◇ 윤-이, 여론 아전인수 해석 말아야
용산은 ‘이재명 1심 징역형 판결’에 대해 국면 전환의 호기를 잡은 양 우쭐대거나 이재명을 범죄자 취급하면 안된다.
민심 오판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실질적 퇴출선고인 윤 정권 부정평가율을 고스란히 ‘이재명 지지’로 착각하거나 아전인수 해석해도 안된다.
만일 그렇게 착각한다면, 용산이나 민주당이나 어처구니없는 구제불능이다.
국민들은 별도 계정이자 별도 이슈인 두 사안을 하나로 섞거나 혼동할 만큼 분별력이 없지 않다.
부디 입들, 아니 생각들 조심하고, 특정인이 아니라 국민들 심기 살피며 머슴 노릇 하기 바란다.
누가 됐건 자칫하면 한 방에 훅 간다는 거, 이승만 이래로 권좌의 모든 인사들에게서 숱하게 봐왔다.
이미 학습이 끝난 사항이다.
이렇게 다들 아는데, 여든 야든 현직들만 모르고 있다.
그들도 처음엔 알았는데, 지금은 도취돼있어서 모른다.
그러니 취하면 안된다.
취하면 나락이다.
겸손하게 깨있어야 한다.
그게 머슴들 ‘고용계약서’ 1조다.
다시 강조하려니 입 아프지만 명토박아 말한다.
머슴들 고용주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이다.
가볍게 나대지 말고, 반 발짝 뒤에서 조심스레 따라오면 된다.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