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Dystopia). 디스토피아는 문학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디스토피아에 대해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국내외 정세를 살펴보면 이러한 디스토피아가 어쩌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IT 강국은 이제 옛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앞섭니다.
AI(인공지능)로 대변되는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를 위시한 각국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속 사정을 살펴보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 때문입니다.
실리콘 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ICT 기업들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규제 완화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발 ‘규제’ 리스크로 속앓이만 하고 있는데요. 법안이 통과 되면 산업 진흥의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 역시 국내 규제 움직임에 간접적인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최 대표는 지난 11일 진행한 네이버 컨퍼런스 ‘단24’에서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부와 규제에 대해 직접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기업인의 입장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다만 네이버는 잘 알다시피 플랫폼 기업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처음으로 직면한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영향력과 책임론에 있어 가장 깊이 공감하는 회사가 아닐까 싶다”라며 어려운 상황임을 우회적으로 표했습니다.
트럼프 재집권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경쟁자가 빅테크이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빅테크와 AI 기업들에 대해서는 비규제, 인수합병(M&A)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런 것들이 최근 우리 입장에서는 반대되는 플랫폼 규제 상황과 맞물릴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보는 단계”라고 덧붙였습니다.
과학기술 디스토피아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두번째 이유는 ‘투자’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해 수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빅테크와 규모적인 측면에서 격차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 규제가 가시화되면 대기업은 방어적인 전략으로 성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대기업을 비롯해 VC(벤처투자)의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투자 곳간도 잠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를 해소해야 할 것은 정부이지만, 대통령의 여러 리스크 등 정국 경색에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투자 없이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은 어려운데요.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제2의 네이버, 카카오가 나오기는 점점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최근 만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인사도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한 걱정을 토로했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프랑스의 ‘미스트랄 AI’가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크게 성장한 사례도 있고요. 규제보다는 진흥으로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 과학기술의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를 만들 미래를 바라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