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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토마토칼럼)반도체 52시간 예외, 해법일까?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상 연구개발 노동자의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관철을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법안 심리를 앞두고 임원들이 국회의원 사무실을 돌며 ‘3년 한시’라도 좋으니 제발 예외 적용을 해달라고 읍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대만 TSMC의 연구개발 인력들은 법 기준을 초과해 주 60~70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나, TSMC의 국가적 중요성을 감안해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경쟁사를 구실 삼아 노동을 경시하는 발상”이라며 “반도체 특별법이 노동자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으냐에 앞서 이쯤에서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제는 일 가정 양립, 이를 통한 저출생 극복과 교대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고용 확대를 위해 도입됐다.

결국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일과 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실시된 제도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요구는 미래지향적이기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는 과거 70년대식 사고의 발로처럼 보인다.

 

주 52시간제 예외 요구가 자칫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반도체 일자리를 기피하도록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젠 국가나 조직이 내세우는 신조보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근로시간 초과 강요는 젊은 세대에게 구시대의 열정페이식 발상으로 보일 수 있다.

열정은 옛날옛적의 장시간 노동이나 윗사람의 지시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노동시간 단축의 흐름 속에서도 기업 혁신과 경쟁력 제고는 이뤄지고 있다.

같은 주 52시간제 하에서도 SK하이닉스는 생성형AI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나가고 있다.

대만 전자노조는 한국의 근로시간 상한제 예외 추진을 두고 “기업이 자신의 무능에서 비롯된 경쟁력 부족을 근로시간 제도 탓으로 돌리는 책임 회피”라고 질타한 바 있다.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량을 늘리는 경영전략이 단기적으론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래가기 힘들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혹사로 성과를 낸다 한들 결국 해당 일자리를 기피하게 만들어 산업 성장을 저해하게 만들 것이다.

 

전쟁시 수세에 몰려 수성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보초 서는 시간을 무작정 늘린다고 적들의 포위가 풀릴까. 밤낮 없이 훈련만한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은 정작 전투가 벌어질 때 무기를 내던지고 백기를 들지도 모른다.

병사들의 결사항전을 북돋을 목적과 명분,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삼노는 “특정 업종에만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해당 업종의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성원의 지지를 얻지 못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내부의 HBM 개발 건의를 묵살했던 예전처럼 경영진의 또다른 오판인 것은 아닐까.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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