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길 도림천을 건널 때마다 저 멀리 보이는 관악산으로 공기질을 가늠해 보곤 합니다.
대부분 산의 능선만 회색빛으로 보이는데요. 어쩌다 청록빛 나무 사이 우락부락한 화강암이 언뜻 보이는 날이면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입니다.
그런 날은 손에 꼽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서울보다 뿌연 곳에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입니다.
아침 일곱 시에 커튼을 치면 온통 회색입니다.
바로 앞 건물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면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심각함' 뿐입니다.
대기질이 가장 나쁠 때는 초미세먼지(PM2.5)가 입방미터(㎥)당 173마이크로그램(㎍)에 달했습니다.
하노이에선 이 정도 미세먼지는 일상이라 200㎍을 넘지 않는 한 학교에서 야외 체육활동도 계속됩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노이가 베트남 다른 지역보다 평균 수명이 2년 더 낮다더군요.
하노이의 나쁜 공기는 여러 요인이 합쳐진 결과입니다.
하노이는 서울과 다르게 산이 없습니다.
드넓은 분지 지역이라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도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이룬 지평선만 보입니다.
분지 특성상 맑은 공기가 유입되기 어렵습니다.
저녁만 되면 메케한 연기와 타는 냄새도 자욱합니다.
집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게 일상인 문화 때문인데요. 베트남은 아직 분리수거가 정착되지 않아 음식물과 생활쓰레기, 재활용품의 구분 없이 소각한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1억 인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연령인 중위연령이 32세인 젊은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아기들이 참 많았는데요. 마스크를 쓰기엔 너무 조그만 아기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엄마 품에 안겨 매연을 뚫고 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컸을 땐 출근길에 회색이 아닌 푸른 하늘이 익숙한 나날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세계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도시 4위로 꼽혔다.
사진은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서 마주친 한 아기.(사진=뉴스토마토)